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세르비아 제2의 도시 노비사드의 거리에서 삶을 잃어가던 이들이 다시 한 번 인간다운 일상을 되찾고 있다고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세르비아 기독교 공동체가 운영하는 ‘레인보우 재활센터’는 약물 중독과 알코올 중독, 그리고 노숙으로 삶의 기반을 잃은 이들에게 새로운 걸음을 내딛게 하는 중심이 되고 있다. 세르비아 전체 인구의 0.1%에 불과한 약 6,000명의 복음주의 신자들 가운데 이 사역을 이끄는 주축에는 듀샨 베레지(일명 ‘베라 목사’)가 있다.
CDI는 베라 목사가 한때 알코올과 본드 흡입에 빠져 길을 잃었던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유고슬라비아 전쟁 중이던 1994년, 다른 어떤 길도 보이지 않던 순간에 그리스도를 만났고, 그 경험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고 말했다. 당시 세르비아에는 중독자를 위한 재활센터가 존재하지도 않았고, 의료적 도움도 기대하기 어려웠기에 그의 회복은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그는 기도 후 단숨에 술과 약물에 대한 갈망이 사라졌고, 이후 32년간 단 한 번도 다시 손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중독의 힘을 잘 안다”며, 매일같이 유혹과 싸우는 삶은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센터의 목표는 중독자들이 더 이상 약물이나 술에 대한 욕구 자체를 느끼지 않는 단계까지 이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인간적 의지로만 가능한 일이 아니라, 깊은 내면의 상처와 공허를 치유하시는 하나님의 개입이 있어야 가능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세르비아의 약물 문제는 1998년 코소보 전쟁 이후 더욱 악화됐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마약 밀매 루트가 세르비아를 지나며 헤로인이 저가로 대량 유입됐고, 2005년부터 2010년 사이에는 거리에서 하나의 ‘질병’처럼 번졌다. 베라 목사는 많은 친구들이 이 시기 중독으로 무너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초기에는 이들을 크로아티아 등 외부 재활센터로 보냈지만,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면 연결망이 없어 재차 중독에 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베라 목사가 이끌던 교회는 2008년 자체적인 재활센터 설립을 결정했다. 최초에는 7명의 중독자를 돕는 것이 목표였다. 이후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발전시켰고, ‘틴 챌린지’ 모델을 참고해 영적·정서적·생활적 회복을 함께 다루는 체계를 구축했다. 현재는 약물 중독자뿐 아니라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 등 다양한 형태의 중독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다. 최근 세르비아 사회 내 헤로인 사용률이 낮아졌지만, 대신 코카인, 부프레노르핀(서뷰텍스), 합성 헤로인, 메타돈 등 다양한 약물의 혼합 중독이 늘어나 회복 과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센터는 도시 내 건물 한 곳과 근교 마을의 또 다른 건물에서 운영되며, 모두 남성 중독자들을 위한 시설이다. 여성 재활 시설도 검토했으나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워 현재는 타 기관의 도움을 연계하는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베라 목사는 “여전히 많은 중독자들이 회복 후에도 재발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중독이 단순한 나쁜 습관이 아니라 ‘내면 깊은 고통을 덮기 위한 시도’라는 사실을 사회가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중독은 과거의 상처, 왜곡된 자아 이미지, 잊히지 않는 기억의 고통을 덮기 위한 반응이다. 물질은 일시적으로 그 구멍을 채우지만, 약효가 끝나면 다시 공허는 드러난다. 하나님이 주시는 목적과 회복이 없으면 이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센터는 중독자 재활뿐 아니라, 별도의 ‘핸드 포 어 프렌드(Hand for a Friend)’ 프로젝트를 통해 노숙인을 돕는 사역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역은 단순히 음식을 나누는 것을 넘어, 거리에서 고립된 이들이 ‘다시 사람 대접을 받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관계 중심으로 운영된다.
CDI는 센터 사역에서 늘 재정이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은 전혀 없으며, 전체 운영비의 약 75%만 자체 사업으로 충당되고 있다. 교회는 이 간극을 채우기 위해 가정용 운반·이동 서비스, 농업 장비 대여 사업 등 다양한 소규모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세르비아에서 벌어지는 학생 시위와 정치적 불안정은 지역 경제를 흔들어 사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센터를 거쳐 간 많은 이들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떤 이는 크로아티아에서 교회 개척자가 되었고, 또 다른 이는 의사가 되어 공동체를 섬기고 있다. 노숙인 사역 역시 과거 중독을 이겨낸 한 교인이 스스로 거리의 이웃을 돌보기 시작한 데서 출발했다.
교회는 앞으로 더 많은 도시에 재활센터를 세울 계획이며, 특히 중독으로 진단되기 전 단계에서 삶의 리듬과 기능을 잃어가는 이들을 돕는 새로운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베라 목사는 “사역자들을 위한 지속적인 기도를 요청드린다. 가장 소중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질적이고 힘 있게 드러내는 것”이라며 “이 사역은 쉽지 않다. 그러나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한다는 명확한 목적이 우리를 계속 움직이게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