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살아있는 인간 문서 읽으며 경청하는 자질 있어야”

최창국 교수, ‘살아 있는 인간 문서’ 관점으로 목회 본질 재해석
최창국 교수 ©유튜브 영상 캡처

최창국 교수(백석대 실천신학)가 최근에 복음과 도시 홈페이지에 ‘살아 있는 인간 문서를 읽는 목회자’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최 교수는 “신학적 언어가 인간의 구체적인 경험적 자료와 접촉점 없이 신학자와 목회자에 의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학적 언어는 인간의 경험적 자료와 만남이 없이는 적실성 있게 형성될 수 없다”며 “신학적 언어는 기독교 전통의 역사적 자료뿐 아니라 인간 삶의 경험적 연구와 함께 형성되어야 한다. 특히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겪는 제반 문제들에 대한 연구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안톤 보이센은 이것을 ‘살아 있는 인간 문서(living human documents)’에 대한 연구로 보았다”며 “그는 인간이 정신적, 영적 삶의 여정에서 부딪히는 경험에 대한 이해가 기독교 전통의 토대를 밝혀주는 역사적 텍스트를 연구하는 만큼이나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인간 문서를 단지 어떤 틀에 맞추려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며 “특히 인간의 경험을 어떤 교리적 틀에 맞추어 해석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마치 설교자가 성경 본문을 자기 생각이나 의도에 맞추려 하면 안 되듯이, 살아 있는 인간 문서도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 텍스트로 보아야 한다. 목회자는 반드시 살아 있는 인간 문서 연구가 필요하다. 목회자가 신학적 지식이 탁월해도 돌보는 사람 곧 인간 문서를 모르게 되면, 그 지식은 적실성 있게 작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목회자는 인간이 살아가는 문화와 상황을 아는 일을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목회자는 섬기는 사람들의 언어세계, 의미세계, 정신세계, 일상의 갈망과 상처의 세계로 들어가 경청하며 관찰하는 것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목회자가 교회의 사역을 잘못 규정하면 안 된다. 목회자는 교회의 사역은 일상생활의 영적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세우는 것이라고 여길 때가 많다”며 “교회의 사역은 교회 자체를 세우는 데 있기보다는 교인들이 일상에서 직면한 삶을 경청하며 관찰을 통해 복음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목회자는 두 가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하나는 교인들의 일상생활을 관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상생활의 영적 의미를 해석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목회자는 돌봄의 대상과 공동체의 이야기를 발견하기 위해 경청과 관찰을 중요하게 여기고 실천해야 한다”며 “목회자는 목회 현장에서 성도들과 관계에서 부딪치는 돌봄의 문제들은 공동체의 상황에 따라, 그리고 주어지는 다양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경청하며 관찰하며 가능한 것들을 실천해야 한다. 특히 상처와 정서적 역류가 흐르는 공동체의 목회자는 성도들의 갈망과 상처를 먼저 경청하며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목회자는 성도들에게 성경과 교리를 가르치려고 하기 전에 사람 자체를 귀하게 여기고 먼저 그들의 갈망과 상처를 경청하려는 자세를 길러야 한다”며 “목회자는 단지 교리를 논하며, 그것만을 품고 살아서는 안 된다. 목회자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들이 뭔가를 두려워하고 뭔가를 갈망하고 뭔가를 상실하며 살아가는 사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많은 목회자가 목회자의 역할을 성경과 교리의 바른 이해를 통해 설교하고 가르치는 것이라고 여긴다. 물론 설교와 가르침은 목회자의 중요한 과업이다. 하지만 설교와 가르침만을 목회자의 본업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목회자가 회중과 실제로 전혀 교류하지 않고도 설교하고 가르칠 수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성도들의 갈망과 상처를 복음으로 대화하기를 소망하는 목회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동체 구성원들의 갈망과 상처를 경청하여 사람들의 변화와 필요를 소망하는 목회자는 늘 해오던 일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목회자는 공동체를 복음으로 바르게 가르치려고만 하는 욕구에서 먼저 사람들의 갈망과 상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삶의 비전으로 충만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목회자가 교회의 역사적 성인과 의인들 하고만 살아서는 안 된다. 목회자는 성경 텍스트뿐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 문서를 읽으며 경청할 수 있는 자질도 있어야 한다”며 “목회자는 현재 섬기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목회자는 진리를 말해야 한다는 명제 아래 가르치고 설교하려고만 하면 안 된다. 특히 고통 중에 있는 사람과 공동체로부터 경청하기보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며 설교만 하는 것은 바른 목회 실천이 아니”라고 했다.

아울러 “환부에 진리의 검을 찌르는 것은 마취제 없이 수술하는 것과 같다. 목회자가 고통 중에 있는 사람에게 설교를 늘어놓거나 설교처럼 들리는 기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돌봄이 아니”라며 “목회자는 진부한 말과 단지 거룩한 말과 충고로 사람들의 상처와 고통의 폭풍에서 끌어낼 수 없다. 폭풍 속에 있는 사람에게 날씨가 화창하다고 말하면 안 된다. 이러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과 함께 흠뻑 젖는 것이다. 그들의 상처와 고통을 들을 때 함께 젖을 수 있다”고 했다.

#최창국 #최창국교수 #복음과도시 #칼럼 #기독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