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 탄압 논란 아르메니아 총리, 첫 국가조찬기도회서 성경 암송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 ⓒwww.armeniaprayerbreakfast.org

아르메니아 정부가 국교인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고위 성직자들을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니콜 파시냔(Nikol Pashinyan) 총리가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신앙적 행보를 강조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파시냔 총리는 2018년 반정부 시위를 배경으로 집권한 이후 처음 열린 ‘아르메니아 공화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올해가 독립 이후 처음으로 평화를 확립한 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제르바이잔과의 8월 8일 평화 합의가 올해 2월 미국 워싱턴 국가조찬기도회 참석과 자국 첫 기도회 개최 사이에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영적으로 의미 있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행사에서 파시냔 총리는 시편 32편을 아르메니아어로 암송하며 “국가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성찰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미국 스카이라인교회 전 담임목사 짐 갈로우(Jim Garlow)는 파시냔 총리가 성경 한 장을 통째로 암송한 것에 대해 “수년간 13개국 국가원수를 만났지만 성경 한 장 전체를 암송하는 지도자는 처음”이라며 “매우 강력한 순간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파시냔 총리가 소련 붕괴 직후 중학생 시절에 처음 신약성경을 접했으며, 다수의 시편을 암송해왔다고 전했다. 파시냔 총리는 연설의 마지막에도 시편 29편을 암송했다.

영국의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세계기독연대(CSW) 머빈 토머스 회장도 “성경을 암송하는 지도자에게 감명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행사에는 복음주의연맹(WEA) 보트루스 만수르 총무, 아르메니아 성공회 및 가톨릭 지도자,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 의장 비키 하츠슬러(Vicky Hartzler)와 부의장 아시프 마무드(Asif Mahmood)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유대교, 이슬람, 예지디, 아시리아 공동체 지도자들도 함께했다.

그러나 기도회 개최 전부터 파시냔 총리 참석 여부는 논란을 불러왔다. 정부가 올해 들어 최소 세 명의 대주교를 정권 전복 혐의로 체포하면서 종교 자유 침해 논란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9월에는 미카엘 아자파하얀 대주교가 정부 전복 선동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았고, 6월에는 국경 지역에서 반정부 운동을 이끈 바그라트 갈스타냔 대주교가 13명과 함께 쿠데타 모의 혐의로 체포됐다.

최근에는 프로쉬얀 주교를 포함한 13명의 성직자가 추가로 체포됐다. 아르메니아 수사위원회는 이들이 집회 참여 강요, 선거권 침해, 직권 남용을 통한 대규모 절도 등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기독연대(CSI)는 기도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아르메니아 정부가 억류된 네 명의 성직자 및 20여 명의 교회 지지자를 면회하려는 요청을 차단했다고 비판했다.

CSI 관계자 조엘 벨드캄프는 “갈스타냔 대주교 사건은 조작된 증거에 의존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자파하얀 대주교는 과거 기소하지 않았던 발언을 이유로 갑자기 실형을 선고받았다. 명백한 정치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페이스북에서 교회를 옹호한 사업가 삼벨 카라페티얀을 비판한 몇 시간 뒤 그가 체포됐다며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했다.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수장 가레긴 2세는 5월 스위스에서 ‘종교 자유와 아르차흐 유산 보존’ 국제회의를 주최하며 아르차흐(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아르메니아인 귀환과 포로 석방을 촉구한 바 있다.

이튿날 파시냔 총리는 정부 회의에서 “교회가 창고로 전락했다”는 발언을 해 교계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후에도 총리는 사도교회 지도부를 향해 공개적으로 조롱과 모욕적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한다.

기도회에 참석한 USCIRF 부의장 아시프 마무드는 성직자 체포 사건을 두고 “종교 자유 침해 우려가 크다”며 “종교 지도자를 체포하는 것은 종교 자유에 반하는 일이며 풀려나야 한다. 동시에 교회가 정치 선동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시민으로서 항의할 권리는 있지만, 성직자의 지위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