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Charkiv) 지역의 기독교인들이 전쟁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도록 돕는 사역이 현지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파블로 곤차루크(Pavlo Honcharuk) 주교는 러시아와의 전쟁 초기부터 격전지로 알려진 하르키우 교구를 맡고 있다. 2022년 봄 내내 이어진 ‘하르키우 전투’는 우크라이나군의 승리로 평가받지만, 전쟁의 상흔은 여전히 깊다.
곤차루크 주교는 “드론과 로켓 소리가 일상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가톨릭 자선단체 ACN(Aid to the Church in Need)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머리 위를 드론이 지나간다”며 “가장 무서운 것은 ‘침묵’이다. 조용할 때가 오히려 더 불안하다. 언제, 무엇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전쟁터의 일상이 얼마나 긴장과 고통으로 가득한지를 설명하면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모든 걸 해야 한다는 걸 안다. 너무 많은 고통이 있지만, 그래도 살아야 한다. 서로를 만날 때면 ‘잘 지내요?’라고 묻기보다 ‘아직 살아 있어요’라고 대답한다. 그게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교회와 군종 사제들은 민간인과 군인들의 심리적 트라우마 치유를 중요한 사역으로 삼고 있다. 곤차루크 주교는 “전선에서 돌아온 군인들은 완전히 달라져 있다. 그 변화는 가족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집이나 재산을 잃은 사람들, 포로로 잡혔다 돌아온 이들 모두 각자의 고통을 짊어지고 있다.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사제들 역시 트라우마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며, 가족 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폭력이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ACN은 2022년 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우크라이나 교회를 위한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곤차루크 주교는 이를 “하나님의 손길”이라고 표현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전력 시설이 자주 파괴되는 상황 속에서, ACN은 발전기와 차량을 제공해 사제들과 수녀들이 외딴 지역의 주민들을 방문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