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년 전 사도 바울이 빌립보 교회에 보낸 편지를 기록했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복음은 결코 “묶여 있지 않다”고 신약학자 톰 라이트(Tom N.T. Wright)가 강조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바울신학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라이트(76)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파크 시티스 침례교회(Park Cities Baptist Church)에서 열린 ‘빌립보서 컨퍼런스’ 개막 강연에서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행사에는 텍사스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약 650명이 참석해 교회를 가득 메웠다.
라이트는 강연 초반부터 빌립보서의 ‘감옥 배경’에 주목했다. 그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바울이 로마 식민지였던 고대 그리스 북부의 빌립보 교회에 편지를 썼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가 어떤 감옥에서 썼는지는 여전히 논쟁이 있다”며 “에베소(현 터키)일 가능성과 로마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라이트는 “논쟁의 여지 없이 분명한 사실은, 바울이 감옥에 있었지만 복음은 결코 갇히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울은 감옥에 있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가 분명히 밝히듯 복음은 갇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갇혀 있었지만, 복음은 자유로웠다”고 했다.
라이트는 빌립보서를 “두 복음의 대결”, 즉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로마 초대 황제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의 제국 복음이 맞붙은 현장으로 해석했다.
그는 “바울은 빌립보서를 통해 로마 황제의 통치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을 선포하고 있다”며 “예수 안에서 우리는 참된 하나님을 본다. 창조주이자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약속을 지키시며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일으키시고 주로 세우셨다”고 말했다.
라이트는 이어 빌립보서 1장 27절을 편지의 중심 구절로 꼽았다.
그는 “우리의 사명은 세상과 다른 ‘참된 대안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위험할지라도 매력적인 길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카이사르(황제)가 아닌 예수를 주로 모시는 전혀 다른 인간의 길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빌립보서 2장 12~18절을 인용하며 “바울은 행위로 구원을 얻으라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미 우리 안에서 일하고 계신 그 구원을 ‘두렵고 떨림으로 살아내라’고 권면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도덕적으로 선한 일을 많이 해서 구원을 얻으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이 여러분 안에서 일하고 계심을 인식하고, 그분이 인도하시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나아가라고 격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라이트는 빌립보서 2장 6~11절을 ‘신약 전체의 신학적·시적 심장부’라고 부르며, 바울이 기존의 찬송가를 인용한 것이 아니라 “우주적 구조를 지닌 6연의 찬가를 직접 창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거대한 ‘V’자 형태로 설명했다.
그는 “세 구절이 내려가고, 세 구절이 올라가는 완벽한 구조의 중심에는 단 하나의 문장—‘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가 있다. 바로 십자가가 우주의 중심, 하나님의 중심에 놓여 있다는 선언이다”라고 했다.
라이트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십자가는 고대 빌립보의 우상 종교와는 전혀 다른, 고난받는 종(이사야 53장)의 이미지를 통해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사랑을 드러낸다”고 덧붙였다.
그는 “본문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지만, 십자가를 중심에 두고 그 영광이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볼 때, 그것이 바로 본문의 핵심 주제임이 분명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