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정표

도서 「이정표」

국제 정치사의 거장으로 불리며 제2대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다그 함마르셸드는 생전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깊은 내면의 기록을 남겼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은 후, 그의 뉴욕 자택에서 발견된 원고 하나, 그것이 바로 세계 영성 고전으로 자리 잡은 <이정표>다. 이 책은 국내 최초 스웨덴어 완역으로 소개되며, “우리 세기의 가장 위대한 정치가”라 평가받은 함마르셸드의 영적 일기를 처음 있는 그대로 온전히 마주하게 한다.

■ 유엔의 최전선에서 써 내려간 ‘내면의 백서’

함마르셸드는 생전에 자신의 기록을 “나 자신과의, 그리고 신과의 협상에 관한 백서”라고 표현했다.

그의 글은 전통적인 일기와 달리 단상, 시, 기도, 격언의 형태로 흘러가며, 마치 영적 잠언집처럼 짧지만 단단한 의미를 품고 있다. 전쟁과 평화를 오가던 외교의 최전선에서, 그는 단둘만이 공유하는 여정인 자신과 하나님 사이의 영적 협상을 묵묵히 기록해왔다.

1925년의 한 편의 시로 시작해, 1940~50년대의 치열한 사색, 그리고 죽음을 불과 몇 주 앞두고 기록한 마지막 시로 마무리되는 <이정표>는 한 인간이 ‘소명’을 향해 어떻게 자신을 깎아내리고 다시 세워가는지를 보여주는 깊은 영혼의 기록이다.

■ 시대를 넘어 울리는 성찰: “가장 긴 여행은 내면으로 향하는 여행이다”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세계 정치의 중심에 서 있었던 그의 모습과 달리, 이 책에서 드러나는 함마르셸드는 고독하고, 날카롭게 자신을 성찰하며, 절대자의 부르심 앞에서 늘 떨리는 마음을 가진 순례자다.

그는 이렇게 기록한다. “소란 속에서도 내면의 침묵을 지키는 것.”, “너는 빛의 흐름에 놓인 렌즈일 뿐.” 힘과 권력, 책임의 무게 속에서도 자신을 낮추며 존재의 본질을 질문하던 그의 글은 오늘의 독자들에게도 겸손·자유·헌신이라는 오래된 주제를 새롭게 비춘다.

초월과 고독 사이에서, 그는 자신의 길을 묻고 다시 답한다. 존재의 의미를 찾아 깊이 내려가는 여정 가운데 그는 깨닫는다. “나는 안다.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채로. 바로 이 깨달음 속에, 하나님이 계신다.”

■ 추천 독자

<이정표>는 단순한 영성 서적도, 지도자론도 아니다. 그 둘을 동시에 담아내면서도 그 어디에도 갇히지 않는, 한 인간의 내면 여행 기록이다. 오늘의 리더들에게는, 공적 책임과 개인의 내면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귀한 나침반이 되고 신앙인과 영적 탐구자에게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비우고 다시 세우는 삶의 깊이를 가르치며 삶의 의미를 묻는 모든 이들에게는, 흔들리는 시대 속에서도 지켜야 할 ‘내면의 침묵’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고전이 된다.

칼-울르프 안데르손 주한스웨덴대사는 이 책을 두고 이렇게 평했다: “진실성과 책임, 삶의 의미를 묻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며, 개인적 성찰과 집단적 지혜에 기여하는 시대를 초월한 작품이다.”

■ 한 페이지, 한 문장이 곧 하나의 ‘이정표’

함마르셸드의 글은 읽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전혀 다른 빛을 낸다. 국제정치의 역사적 문서로 읽힐 수도 있고, 깊은 내면을 깨우는 영적 묵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독자에게든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삶은 그 내용으로만 가치 있다. 타인을 위한다는 것. 모든 이를 섬기라. 내게 주어진 것은 얼마나 크며, 나의 희생은 얼마나 작은가.”

죽음의 위협과 세계사의 혼돈 속에서도 끝내 흔들리지 않으려 했던 한 영혼, <이정표>는 그 영혼이 남긴 가장 순수한 기록이며, 시대를 넘어 오늘을 사는 독자들에게 던지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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