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목회자, 캠핑밴에 적은 요한복음 3장 16절로 ‘혐오 발언’ 경고 받아

영국의 한 목회자가 자신의 캠핑밴 뒤편에 성경 구절을 게시했다가 경찰로부터 “신고될 경우 혐오 발언(hate speech)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더 텔레그래프(The Telegraph) 보도에 따르면, 최근 랭커셔주 번리(Burnley)의 한 주유소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조언 차원의 대화’로 이뤄졌으며, 법적 조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해당 목회자는 전직 마약상 출신으로 현재는 노숙자와 중독자들을 섬기는 ‘처치 온 더 스트리트 미니스트리(Church on the Street Ministries)’를 이끄는 믹 플레밍(Mick Fleming·59) 목사다.

그는 자신의 캠핑밴에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한복음 3장 16절)라는 문구를 큼직하게 적어두고 생활하고 있다.

플레밍 목사는 경찰관이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며 “조언 하나 드리겠다. 문구가 상황에 따라 증오 발언으로 보일 수도 있다. 미리 알려드리는 것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 발언이 조사나 체포와 관련된 것이 아니며, 다만 누군가 신고할 경우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안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플레밍 목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대화를 공개하며 “요한복음 3장 16절 같은 구절이 정말 누군가에게 모욕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까?”라며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 문구를 지울 생각은 없다”며 “이것은 적대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사랑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독교 신앙의 핵심 메시지가 법적 잣대 아래 증오로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이 걱정스럽다”며 “사회가 점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대화하는 자리를 원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플레밍 목사는 과거 조직범죄에 연루됐으나 2009년 회심 후 목회자가 되었으며, 이후 재산을 포기하고 캠핑밴에서 거주하며 복음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사역은 BBC 프로그램 ‘Songs of Praise’에 소개된 바 있으며, 찰스 3세 국왕(당시 웨일스 공)은 그가 이끄는 자선단체의 활동을 직접 칭찬하기도 했다.

그의 영상을 본 많은 시청자들은 플레밍 목사를 지지했다. 한 누리꾼은 “그 문구는 전혀 공격적이지 않다. 오히려 긍정적인 내용인데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요한복음 3장 16절을 ‘혐오 발언’이라 부르는 건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사랑의 발언(love speech)’”이라고 댓글을 남겼다.

영국에서는 1986년 제정된 공공질서법(Public Order Act)과 2006년의 인종·종교적 증오 방지법(Racial and Religious Hatred Act)에 따라, 특정 언어나 표현이 ‘증오를 선동할 의도’로 사용될 경우 기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단체들은 이러한 법이 종교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기독교 옹호단체 ‘크리스천 컨선(Christian Concern)’은 “이 같은 사례는 법의 취지를 오해한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신앙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