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마 16:18)
예수님께서 사도 베드로에게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마 16:18) 하신 말씀은, 교회의 소유와 주권이 사람이나 제도, 재산이 아닌 그리스도 자신에게 있음을 분명히 선언하신 것이다. 성경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 “하나님의 성전”이라 부른다. 곧 교회의 주인은 오직 하나님이시며, 교인들은 그분의 뜻을 따라 교회를 맡은 청지기로 부름 받았다는 뜻이다.
이처럼 교회의 주인이 만왕의 왕이요 만주의 주이신 그리스도이심은 분명하지만, 그분은 우리 눈에 보이는 유형적 존재가 아니므로, ‘사람(人)’만을 권리주체로 인정하는 국가의 실정법 체계 내에서는 ‘교회’가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교회 재산의 주체로 인정된다. 이러한 법적 구조 속에서 일원적 교회관을 지닌 로마 가톨릭교회와 개교회 중심의 교회관을 가진 개신교회는 교회 재산의 주체와 관리 방식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우리 민법상 교회는 교인들의 신앙 공동체이자 법적 주체인 ‘비법인사단’으로 분류되며, 교회 재산은 총유의 형태로 소유된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교회 재산이 교인들의 헌금으로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총유재산이 사적 소유로 간주되어 지분권은 인정되지 않지만, 교회 정관이나 총회 결의에 따라 교인들이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가 오래된 교회일수록 그 재산은 선대 교인들의 헌신과 헌금, 그리고 부동산 가치 상승의 결과이다. 그런데 오늘날 그 형성에 별로 기여한 바 없는 일부 교인들이 다수결로 교회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교회 재산의 사유화 방지와 공공성 확보라는 중대한 과제를 한국교회에 던져주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교회 재산을 사적 소유권의 일종으로 보는 총유이론을 금과옥조처럼 붙들고 있어야 하는가? 교회 재산의 형성 시기와 과정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총유이론을 오늘날에도 여전히 보편적 독트린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개교회 재산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표적 방안으로는 교단 유지재단 명의로 지교회 부동산을 등기하는 제도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 방식은 명의신탁의 형태를 띠며, 실제 소유권은 지교회가 보유하고 등기명의만 유지재단으로 하는 구조다. 이 경우 지교회가 명의 반환을 청구하면 언제든 돌려주어야 하고, 심지어는 교단을 탈퇴할 경우에도 동일하다. 따라서 교회 재산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명의신탁 법리에 대한 재검토가 절실하다. 특히 법원이 교회의 정치 형태(감독정체, 장로정체, 회중정체 등)를 구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명의신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교회 현실과 맞지 않으며, 이에 대한 교계의 우려가 크다.
140년의 선교 역사 속에서 한국교회는 기적적인 부흥과 성장을 경험했으나, 이제는 성장보다 감소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실제로 교회가 문을 닫거나 다른 교회와 합병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교회 해산 시 잔여 재산 처분을 둘러싼 분쟁이 빈번하다. 일부에서는 교역자나 교인들이 담합하여 교회 재산을 사적으로 처분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비록 교회 재산이 교인들의 헌금으로 조성된 총유재산이라 하더라도, 헌금은 하나님께 바쳐진 것으로 이미 교인 개인의 손을 떠난 공적 재산이다. 따라서 교회가 해산될 경우 남은 교인들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교단(노회)에 귀속되어야 한다. 만약 이를 기회로 삼아 재산을 개인이나 소수가 차지한다면, 그것은 예수님이 반석 위에 세우신 교회를 무너뜨리는 행위이자, 보이지 않는 주인이신 하나님의 소유를 도둑질하는 일로서 제8계명을 어기는 죄이다. 이러한 사유화의 유혹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교단 헌법과 지교회 정관에서 해산 시 재산 처리 규정을 명확히 두어야 한다.
예수님이 반석 위에 세우신 교회는 신앙 공동체가 함께 모여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영적 교제를 나누며 안식을 얻는 하나님의 집이다. 교회는 현재 교인들만의 것이 아니라 믿음의 선조들의 교회였고, 또한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신앙의 유산이다. 교회는 “만민이 기도하는 집”으로서 특정 교인 집단만의 소유가 아니라, 누구든지 들어와 기도하고 예배드리며 안식할 수 있는 거룩한 공간이다. 그러므로 교회 재산의 소유와 사용은 언제나 예배, 복음 전파, 이웃 사랑의 목적에 부합하게 공공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교회가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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