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두 얼굴: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시들어가는 꽃, 곰팡이 핀 떡... '물리적 시간'의 기록
먹 드로잉의 흔적과 속도감... '순간'의 미학
기독교 세계관 기반 현대미술가로서의 행보
방효성 작가의 제35회 개인전 '카이스로스'가 오는 5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종로 '갤러리 빛'에서 열린다.
방효성 작가는 한국현대미술에서 크리스천 작가이자 실험적인 미술가로 잘 알려져 있다. 평면 회화와 설치,입체,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카이로스' 라는 주제로 평면과 입체 작품을 선보인다. 카이로스는 하나님의 시간 또는 하나님의 때라는 의미이다. 세상의 물리적 시간을 뜻하는 '크로노스'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주제에 대해 방 작가는 "하나님의 시간은 천 년이 하루같고 하루가 천 년 같은 시간의 개념"이라며, "하박국 선지자가 그러했듯이,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신앙의 고백을 담았다 "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평면 드로잉 20점과 입체 오브제 작품 20점이 전시된다. 대표적으로 입체 작품 중에는 검은 상자속에 시들어버린 꽃다발, 곰팡이가 피어난 떡 등을 볼 수 있다. 이는 시간이 흐르며 부패·변질되는 '물리적 시간'을 상징한다. 반면 먹과 붓의 속도감이 돋보이는 드로잉은 순간의 흔적을 포착한다. 여백에 남겨진 빠른 선의 흔적은 지워짐과 그려짐이 동시에 남는 시간의 역설을 드러낸다.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방 작가는 현재 송학대교회 장로로 시무 중이다. 경희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미술과를 졸업하고, 1980년대부터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해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지난해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에 참가하기도 했다.
방 작가는 크리스천 작가에 대해 강연하며, "기독 미술인들이 열린 시각으로 무한한 창조의 희열을 느끼며, 종교화 혹은 표제적인 기독교작품에 갇히지 말 것"을 강조해오고 있다.
또한 이듬해 2월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