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타결… 반도체 관세 논란 속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합의

러트닉 미 상무장관 “반도체 관세 제외” 발언에 대통령실 “대만과 동등한 수준으로 합의” 반박… 조선·에너지·AI 등 투자 확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29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세 협상이 타결됐지만, 반도체 품목의 포함 여부를 두고 양국 간 입장이 엇갈리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측은 반도체가 이번 합의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힌 반면, 한국 대통령실은 “대만과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율과 자동차·부품 관세율은 15%로 조정되지만, 반도체는 이번 합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과 특별한 회담을 가졌고, 그 결과 한국은 미국 내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투자 분야로 조선업을 우선 지정했으며, 최소 1500억달러가 미국 내 선박 건조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필라델피아의 한국 조선업체들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으며, 이는 미국 조선업 재건과 국가안보 강화를 위한 중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에너지 인프라, 중요 광물, 첨단 제조업, 인공지능(AI)과 양자 컴퓨팅 프로젝트에 2000억달러 추가 투자를 지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러트닉 장관은 또 “한국은 시장 100% 개방에 동의했다”고 언급하며, 양국 간 경제 협력의 폭이 확대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반도체 관세가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그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산업계와 정치권에서 혼선이 일었다. 반도체는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으로, 관세 조정 여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대미 수출 경쟁력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즉각 반박 입장을 내고 “반도체 관세는 협상 대상에 포함됐으며, 대만과 동등한 수준으로 적용받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이 주요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확보한 것으로, 이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국내 반도체 산업의 안정적 수출 환경을 조성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전날 “한미 간 반도체 관세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고려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관련 문서는 현재 마무리 검토 중이며, 통상과 투자 협력을 포괄하는 MOU 문안이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관세 협상과 함께 대규모 투자 계획에도 합의했다.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중 2000억달러는 현금 투자로,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현금 투자분은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단계적으로 집행되며, 외환시장 불안 시 납입 시기와 금액 조정이 가능하도록 조항이 포함됐다.

대통령실은 “이번 협정은 단순한 통상 합의가 아닌 산업·기술·에너지·안보를 아우르는 포괄적 협력의 시작”이라며 “관세 조정과 투자 확대를 통해 양국 간 상호 의존도를 높이고,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이르면 이틀 내 ‘팩트시트(Fact Sheet)’를 공개할 예정이며, 세부 문서에는 관세 조정 내용과 반도체·첨단산업 협력, 대미 투자 프로젝트, 조선업 협력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관세협상 #기독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