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법원이 이슬람에 대한 공개 비판을 이유로 ‘혐오 발언’ 혐의로 기소된 가톨릭 사제 2명과 기자 1명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8년에 걸친 법적 공방이 마무리됐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말라가 지방법원은 10월 1일(이하 현지시간) 바르셀로나의 쿠스토디오 발레스테르(Custodio Ballester) 신부가 방송과 글에서 ‘이슬람혐오적’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해당 발언이 형법상 혐오 발언(hate speech)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발레스테르 신부와 예수스 칼보(Jesús Calvo) 신부, 언론인 아르만도 롭레스(Armando Robles)에 대한 모든 혐의가 기각됐다.
이 사건은 2017년 발레스테르 신부가 칼보 신부, 롭레스 기자와 함께 출연한 온라인 토크쇼 라 라토네라(La Ratonera)에서 이슬람을 비판한 발언이 계기가 됐다. 그는 또한 2016년 발표한 칼럼 ‘이슬람과의 불가능한 대화’(The Impossible Dialogue with Islam)에서도 이슬람의 교리적 대화 가능성을 부정했다.
당시 그는 “급진적 이슬람은 기독교 문명을 파괴하고 서방 세계를 무너뜨리려 한다”며, “이슬람은 대화를 허용하지 않는다. 믿든가, 아니면 불신자로서 복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바르셀로나 대주교 후안 호세 오멜라 추기경이 발표한 ‘이슬람과의 필요한 대화’라는 사목서한에 대한 반론이었다.
발레스테르 신부는 폭스뉴스디지털(Fox News Digital)과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국가들에서 기독교인들이 박해받고 살해당하며 생존을 위해 지즈야(비무슬림 세금)를 내야 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나는 진실을 말할 도덕적 의무를 느꼈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 ‘이슬람포비아에 반대하는 무슬림 협회’(Association of Muslims Against Islamophobia)가 세 사람을 고발하면서 검찰은 두 사제에게 3년, 기자에게 4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또한 사제들에게는 벌금형과 함께 교수직 박탈도 요구했다.
스페인 형법 제510조는 종교, 인종 등을 이유로 증오·차별·폭력을 선동하는 공적 발언을 금지하며, 최대 4년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말라가 법원은 “혐오 발언 범죄에 필요한 객관적 혹은 주관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설령 그 발언이 불쾌하거나 부적절하더라도 처벌 가능한 범죄는 아니다”고 판결했다.
무죄 판결 후 발레스테르 신부는 “하나님과 기도로 함께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며 “진리를 지키는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복음주의 지도자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는 SNS 플랫폼 ‘엑스(X)’를 통해 “한 가톨릭 사제가 급진적 이슬람의 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은 것은 믿기 어렵다”며 “그가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진리를 지킨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발레스테르 신부는 “지금의 스페인은 ‘워크(woke)’ 문화에 물들어 진실을 말하는 것이 범죄가 되는 나라가 됐다”며 “사제의 의무는 정부가 강요하는 이념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진리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범죄가 아니라 ‘사상’을 처벌하는 시대”라며 “기독교적·전통적 관점에서 이슬람을 비판하면 혐오범죄로 낙인찍히지만, 기독교에 대한 모욕은 표현의 자유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한편, 기독교 법률 단체 ‘아보가도스 크리스티아노스’(Abogados Cristianos)는 발레스테르 신부를 지지하는 3만 명의 서명 운동을 벌였으며, “기독교 신앙을 조롱하는 발언은 묵인하면서 이슬람 비판은 처벌하는 것은 법의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발레스테르 신부는 이번 판결이 최종 결론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싸움은 단지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싸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