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장기 교착 속 정부 핵심 인사 총출동… APEC 앞두고 협상 타결 주목

3500억 달러 투자 방식 이견 조율 본격화… 김용범 정책실장·김정관 산업장관·구윤철 부총리 잇따라 방미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등 한국 협상단이 한미 관세 협상을 논의하던 모습. ⓒ스콧 베센트 美재무장관 X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대통령실과 주요 경제 부처의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진행되는 이번 행보가 양국 간 관세 및 투자 협상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16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했다. 이번 방문의 핵심 목적은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방안을 둘러싼 양국 간 의견 차를 조율하기 위한 것이다.

양국은 지난 9월 미국이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투자 방식과 수익 배분 구조를 두고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은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하는 반면, 한국은 보증과 융자를 포함한 복합적 투자 방식을 제시하면서 이견이 이어져 왔다.

최근 미국이 기존의 전액 현금 요구에서 한발 물러나 새로운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우리 정부는 이를 면밀히 검토 중이다. 김용범 실장과 김정관 장관은 미국 상무부 하워드 러트닉 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낼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인 15일 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구 부총리는 이번 일정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의 양자 회담을 추진하며,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과 관세 협상 현안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간의 양자 회담을 추진 중이다. 사전에 핵심 현안에 대한 조율이 이뤄져야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만큼, 청와대와 경제 부처가 총력 외교전에 나선 모습이다.

구기보 숭실대학교 교수는 “한·미 양국이 협상의 틀 안에서 이견을 점차 좁혀가고 있다”며 “APEC 정상회의를 협상 타결 시점으로 두고 마지막 조율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외교적 성과를 과시할 기회가,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국내에서 협상을 마무리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교수 역시 “양국이 실무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종 발표는 APEC 시점에 맞춰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이 비(非)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를 쉽게 체결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통화스와프보다는 3500억 달러 투자 방안에 대한 합의가 우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고위급 인사들의 연쇄 방미를 계기로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APEC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 경제 협력의 새로운 전기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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