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가 수백 명의 외국인 기독교인을 추방하고, 그들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지정해 재입국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국제 법률 옹호단체인 국제 자유수호연맹(ADF)은 이러한 조치가 내부 보안 코드에 따라 이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현지 개신교 공동체가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 법률 담당관 리디아 리더(Lidia Rieder)는 13일(이하 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인권 차원의 회의에서 “터키 당국이 ‘내부 보안 코드’를 근거로 외국인 기독교인의 체류 및 재입국을 막고 있다”며 “이 조치들은 명확한 범죄 혐의나 법적 근거 없이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DF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최소 200명의 외국인 기독교 선교사와 가족 등 약 350명이 ‘N-82’, ‘G-87’ 등 보안 코드를 이유로 입국이 거부되거나 강제 추방됐다. 이 코드는 터키 내무부가 범죄 혐의 없이도 체류 허가를 거부하거나 재입국을 차단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미국, 영국, 독일, 한국, 라틴아메리카, 유럽 여러 국가 출신의 기독교인들이 포함돼 있다. 다수는 가족과 함께 오랜 기간 합법적으로 거주해 왔으며, 범죄기록이나 법적 문제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8일, N-82 코드 적용에 이의를 제기한 9명의 외국인 기독교인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법원은 판결문에 이들의 실명을 공개했고, 일부 언론은 그들을 ‘선교사이자 국가의 적’으로 보도했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사형을 요구하거나 “그들을 죽이는 것이 종교적 의무”라고 주장하는 댓글이 다수 게시됐다.
ADF는 “2024년 12월부터 2025년 1월 사이에만 최소 35건의 새로운 코드가 추가로 부여됐다”며 “이 중에는 수십 년간 터키에 거주한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행정적 조치로 인해 외국인 목회자들이 사역하던 교회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현지 교회들은 심각한 지도력 공백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유럽인권재판소(ECHR)에는 미국 시민 ‘위스트 대 터키(Wiest v. Türkiye)’ 사건이 계류 중이다. 위스트 씨는 30년 넘게 합법적으로 터키에 거주했으나, 아무런 설명 없이 재입국이 거부됐다. ADF 인터내셔널은 터키와 유럽 법원에서 30건 이상의 유사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터키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외국인 기독교인과 지역 교회에 대한 제약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역사적인 할키 신학교(Halki Seminary)는 여전히 폐쇄된 상태이며, 개신교 신학교들은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성경 교육은 금지된 반면, 이슬람 신학 교육은 국가의 감독 아래 지속되고 있다.
터키 개신교회협의회는 2024년 ‘인권 침해 보고서’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혐오 발언과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스탄불 체크메쾨이(Çekmeköy)에 있는 구세군 교회 건물이 차량에서 발포된 총격을 받았으며, 가해자는 교회 표지판을 제거하려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말라티아의 한 사립 야간학교에서는 기독교인 영어 교사가 이유 없이 해고됐다. 학교 측은 그녀에게 “외국인 친구들과 교류를 자제하라”고 경고했으며, 그녀는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여동생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소송을 포기했다.
올해 1월 20일에는 에스키셰히르(Eskişehir)의 구세군 교회 건물이 총격을 받았다. 당시 교회는 비어 있었지만, 아래층 치과의원에 총알이 관통됐다. 그러나 경찰은 증거를 수집하지 않고 사건 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2024년 한 해 동안 카이세리, 바흐첼리블레르, 이즈미르 등 여러 도시의 교회에서 기물 파손, 협박, 훼손 행위가 잇따랐다. 부활절·성탄절 행사 취소, 전도지 배포 불허, 교인과 목회자에 대한 온라인 모욕과 위협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개신교회협의회는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