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 평화적 두 국가론’을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남북관계를 통일로 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로 규정하면서도, 제도적 평화공존을 정착시키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를 반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과제에 평화공존의 제도화가 포함돼 있다”며 “평화공존은 적대적 두 국가로는 불가능하다. 평화적 두 국가가 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공존 제도화는 이재명 대통령의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국정과제에는 이미 ‘남북기본협정 체결’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적대적 두 국가나 반국가 단체 간에 기본협정을 체결할 수 있겠느냐”며 “유엔에 가입한 남한과 북한이 국가인지 아닌지에 대한 현실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남북관계는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잠정적 특수관계라는 전제 아래 두 국가론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는 통일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공존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8월 공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을 모델로 한 ‘남북기본협정’ 체결 추진 방안이 담겼다. 당시 동서독 기본조약은 서로를 동등한 주권국가로 인정하며 통일의 법적 기반을 마련한 사례로 평가된다.
한편 국회에서는 정부 내 남북 자주성을 강조하는 ‘자주파’와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동맹파’ 간 이견이 존재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정 장관은 “자주가 없는 동맹은 줏대가 없는 것이고, 동맹이 없는 자주는 고립을 초래한다”며 “모두가 동맹파이면서 동시에 자주파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어떤 진보정부도 한미동맹을 부정하고 정권을 유지할 수는 없다”며 “이 정부의 외교안보팀은 자주적 동맹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의 발언은 한반도 평화체제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정부 구상과 맞닿아 있지만, 일각에서는 ‘두 국가론’이 통일 지향의 헌법 정신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