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전현직 관료 1백여 명, EU에 “디지털서비스법 재검토”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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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전 세계적 검열 위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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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 전·현직 관료를 포함한 113명의 표현의 자유 옹호자들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디지털서비스법(DSA) 재검토를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해당 법안이 국경을 넘어 합법적 발언을 검열할 위험이 있으며, 국제적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서한은 DSA가 “범유럽적 검열 인프라(pan-European censorship infrastructure)”를 조성하고 있으며, 모호한 ‘불법 콘텐츠’ 정의로 인해 정당한 발언까지 억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인권단체 국제 자유수호연맹(ADF)이 전했다.

서한은 오는 11월 17일(이하 현지시간) 마감되는 EU의 DSA 검토 과정이 헌법학, 디지털 권리, 표현의 자유 분야의 독립 전문가 의견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한 서명자에는 전 미국 국제종교자유대사 샘 브라운백(Sam Brownback), 전 야후 유럽 부사장 장마크 포트뎅(Jean-Marc Potdevin), 프린스턴대 교수 로버트 P. 조지(Robert P. George), ‘자유언론연합(Free Speech Union)’ 창립자 토비 영(Toby Young), 언론인 마이클 셸렌버거(Michael Shellenberger), 인권운동가 아얀 히르시 알리(Ayaan Hirsi Ali) 등이 포함됐다.

또한 앨버트 몰러(Al Mohler) 미국 남침례신학교 총장, 앤드루 T. 워커(Andrew T. Walker) 교수, 보수 칼럼니스트 로드 드레허(Rod Dreher), 풍자 매체 ‘바빌론비(Babylon Bee)’의 CEO 세스 딜런(Seth Dillon) 등도 이름을 올렸다.

서한은 DSA의 ‘불법 콘텐츠(illegal content)’ 개념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며, 회원국 중 가장 엄격한 규제가 EU 전역과 그 외 국가에까지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한은 “DSA의 광범위한 불법 콘텐츠 정의와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기존 판례가 결합될 경우, 전 세계적인 콘텐츠 삭제가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서명자들은 글로벌 플랫폼들이 동일한 기준의 콘텐츠 정책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어, EU 규제가 사실상 ‘전 세계 검열 기준’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 하원 사법위원회 역시 “DSA는 사실상의 글로벌 검열 표준을 확립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이들은 EU 집행위에 DSA 검토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시민단체, NGO, 협력 기관의 명단과 선정 기준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DSA가 EU 기본권헌장 제11조, 유럽인권협약 제10조, 국제인권규약(ICCPR) 제19조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조항과 법적으로 어떻게 부합하는지 구체적 분석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프랑스 유럽의회 의원 비르지니 조롱(Virginie Joron)은 자국 디지털 규제기관 ARCOM으로부터 “DSA가 전 세계 어디서든 온라인 게시물을 삭제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녀는 2023년 프랑스 안시(Annecy)에서 발생한 흉기 공격 사건 직후, 미국 시민의 게시물이 미국법상 합법임에도 삭제된 사례를 언급했다.

미국의 주EU 대사 앤드루 퍼즈더(Andrew Puzder)는 DSA가 미 헌법 수정 제1조(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어떤 미국 대통령도,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외국 정부가 미국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퍼즈더 대사는 미국 정부가 DSA 검토 과정에서 공식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DF 인터내셔널 브뤼셀 사무소의 아디나 포타루(Adina Portaru) 선임 법률 자문은 “EU가 DSA를 ‘안전한 디지털 환경’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적 온라인 검열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2월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유럽의 법 체계를 강하게 비판하며, “유럽은 그리스도인과 보수적 발언자들을 차별하고 내부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법률이 외부의 적보다 더 큰 위협”이라며, DSA를 유럽 민주주의 위기의 상징으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독일의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 등은 밴스 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반박하며 “유럽의 민주주의 원칙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맞섰다. 반면, 독일 야당 지도자이자 AfD(Alternative for Germany) 공동대표 알리스 바이델(Alice Weidel)은 밴스의 연설을 “훌륭한 연설이었다!”라며 공개 지지했다.

ADF 인터내셔널 사무총장 폴 콜먼(Paul Coleman)은 올해 초 “DSA는 표현의 자유에서 검열로 이동하는 분기점”이라며, “유럽은 통제의 길을 택하고, 미국은 열린 담론의 전통을 지키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DSA는 올해 1월부터 시행됐으며, 온라인 플랫폼이 불법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을 경우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EU는 이를 “외국의 허위정보 개입을 차단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수단”으로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