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성공회 “인공지능이 일자리와 인간 존엄에 미칠 영향 논의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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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성공회 소속 학자들과 정책 자문가들이 인공지능(AI)이 고용과 인간 존엄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새로운 전국적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들은 규제 없는 기술 발전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인간의 존엄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이번 촉구는 2024년 2월 열린 성공회 총회(General Synod)가 통과시킨 결의안 이후 이어진 것이다. 당시 총회는 AI와 제4차 산업혁명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인정하며, 노동은 여전히 목적과 존엄을 지녀야 하며, 기술은 경제적 이익이 아닌 공동선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의를 확장하기 위해 성공회 신학 저널 ‘Crucible’의 최신호가 이달 발간됐다. 이번 호에서는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노동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신학적·실천적 관점에서 탐구한다.

기고자들은 자동화, 데이터 감시, 알고리즘 기반 관리 시스템이 오늘날의 일터를 변화시키는 방식—특히 긱 경제(gig economy)의 확산과 원격 근무의 복잡성—을 분석했다.

리치필드 및 뉴캐슬 주교의 의회 연구원 베키 플러머(Becky Plummer)는 “일은 우리의 정체성 그 자체는 아니지만, 무의미한 일은 소속감과 목적의식을 잃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의미 있는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술 시대의 일자리가 성경적 가치에 기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호에는 기술 윤리 전문가 사이먼 크로스(Simon Cross) 박사와 공동 편집자이자 ‘과학 시대의 기독교 리더십’ 공동 책임자인 캐스린 프리차드(Kathryn Pritchard) 박사도 참여했다.

크로스 박사는 플랫폼 기반 노동이 안고 있는 도덕적 딜레마를 다루며, “기술은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도구가 발명되고 채택되며 사용되는 방식은 모두 사회적으로 형성된다”고 말했다. 그는 “긱 경제가 성경이 말하는 ‘선하고 의미 있는 일’의 가치를 반영하려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프리차드 박사는 AI가 여성의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며, 데이터셋에서 여성의 기여가 배제될 경우 성별 편향이 강화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AI 시스템이 구축되는 데이터셋에서 여성의 노동이 보이지 않는다면, 기술 또한 그 보이지 않음을 재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급격한 기술 변화에 대한 무관심은 신학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공동 편집자 윌 프리몬트-브라운(Will Fremont-Brown)은 “AI에 대한 무조건적 낙관론이나 기술의 공익적 활용 가능성을 간과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며 “교회와 사회가 함께 더 공정한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메시지는 전 세계적으로 커져가는 우려와도 맞닿아 있다. 교황 레오 14세(Pope Leo XIV)는 취임 직후 AI를 “우리 시대를 규정짓는 주요 이슈 중 하나”로 지목하며, 인간 존엄성과 공정성, 노동에 대한 위협을 경고했다.

프리차드 박사는 “노동과 AI의 관계는 부엌 식탁에서부터 강의실까지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다”라며 “우리는 방관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 모든 인간의 근본적 존엄이 지켜지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번 ‘Crucible’ 호가 교회, 정책 입안자, 시민 모두에게 통찰과 실질적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