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립·예술영화의 인정 여부를 심의하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소위원회가 특정 정치 성향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매년 약 600편의 독립·예술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이 제도는 소규모 영화의 제작과 배급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최근 심의 과정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사실상의 검열 기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3일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영진위 독립·예술영화 인정 소위원회는 총 9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8명은 지난 3월 새로 임기를 시작했다. 이들 가운데 5명은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요구 성명이나 윤석열 정권 파면 촉구 영상에 참여한 이력이 확인됐다. 또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린 위원도 있었다.
실제 심의 결과에서도 이중 잣대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 독립영화로 인정받은 다큐멘터리 ‘다시 만날, 조국’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찬양하는 장면이 다수 포함돼 있으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전면에 담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작품은 6대3의 의견으로 독립영화 승인을 통과했다. 반면 같은 해 9월 심의에서 불인정된 ‘건국전쟁2’는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위원회는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7대2 불인정 결정을 내렸다. 유사하게 정치적 쟁점을 다루고 있음에도 상반된 평가가 내려진 셈이다.
지난 5월 개봉한 ‘빛의 혁명, 민주주의를 지키다’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 작품은 더불어민주당 성향을 뚜렷이 드러낸 다큐멘터리로, 안귀령 전 민주당 대변인이 내레이션을 맡고 반미 운동에 앞장서온 김민웅 촛불운동 상임대표가 등장해 현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작품은 독립영화로 인정됐으며, 권영락 위원이 제작 고문으로 참여했음에도 나머지 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인정’ 결정을 내리고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독립영화로 인정되면 전용 상영관 상영 기회뿐 아니라 IPTV 등 2차 부가 판권 시장 진출도 수월해져 관객 접근성이 크게 확대된다. 그러나 일부 위원들은 ‘건국전쟁2’ 심의 과정에서 “관객이 많이 보면 위험하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특정 작품의 상영을 차단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영진위는 “소위원회 위원은 업계 경력과 이력을 바탕으로 위촉되며 개인의 정치적 성향은 고려하지 않고 검증하기도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승수 의원은 “문화예술계마저 좌편향 인사들로 장악하려는 시도가 드러났다”며 “좌편향적인 심의기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은 독립·예술영화 지원 제도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문제로,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강화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