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성가정 성당, 포화 속에서도 신자들과 함께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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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가자지구 성가족 가톨릭 교회에서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기독교인들. ©Holy Family Catholic Church, Gaza

가자지구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에도 가톨릭 사제 가브리엘 로마넬리 신부와 일부 성직자들은 신자들과 함께 남아 병자와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가자지구에는 가톨릭 성당이 단 한 곳, ‘성가정 성당’이 있으며, 현재 분쟁 기간 동안 이곳은 피란처 역할을 하고 있다.

고(故) 교황 프란치스코는 성당의 운명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생애 마지막 수개월 동안 거의 매일 로마넬리 신부와 성당 공동체와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성당도 전쟁의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2023년 12월에는 신자 두 명이 이스라엘군(IDF) 저격병의 총격으로 사망했으며, 올해 7월에는 이스라엘군 포격으로 성당이 직접 피해를 입어 세 명이 숨지고, 로마넬리 신부를 포함해 아홉 명이 부상당했다. 사망자 중에는 성당 관리인도 포함됐다.

유엔은 최근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행동이 집단학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군사행동뿐 아니라 구호품을 ‘무기화’했다는 점에서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교구 개발국장 조지 아크루쉬는 가톨릭 자선단체 ‘고통받는 교회를 돕는 모임(ACN)’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들은 폭격, 피란, 식량·의약품·전기 부족으로 계속 고통받고 있다”며 “최근 이스라엘군이 가톨릭 성당 단지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주택들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가자시의 좁은 도로 때문에 지상군 작전을 위한 사전 조치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이 같은 철거 작업은 성도 가족들을 끊임없는 두려움 속에 몰아넣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마넬리 신부는 “노약자, 환자, 지친 이들, 우울에 빠진 이들, 아이들의 현실 앞에서 우리는 그들을 떠나지 않고 고통받는 이들을 섬기라는 주님의 요청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로마넬리 신부는 성육회 수도회 소속 신부 두 명, 수녀 두 명과 마더 데레사 설립 ‘자선의 선교수녀회’ 소속 수녀 세 명과 함께 약 450명의 피란민을 돌보고 있다. 피란민들은 주로 가톨릭과 정교회 신자들이지만, 일부 무슬림과 장애인도 포함돼 있다.

아크루쉬 국장은 “성당에 남아 있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라며 “가자지구 어디도 안전한 곳은 없다. 떠난 이들은 거리 한복판에 세운 천막에서 위생 상태가 극도로 열악한 가운데 모든 것이 부족한 삶을 살고 있다. 무엇보다 죽음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으며, 안전한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