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H-1B 비자 수수료 10만 달러로 인상… 미 노동시장 충격 우려

숙련 외국인 인력 유입 제한 시 혁신 둔화·해외 이전 가속화 가능성 제기
트럼프 대통령 ©the White House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H-1B 비자 수수료를 10만 달러(약 1억3990만 원)로 대폭 인상하기로 하자, 경제학자들이 미국 노동시장과 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경고했다.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가 오랫동안 미국의 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해 온 만큼, 이번 조치가 노동시장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조지메이슨대학교 마이클 클레멘스 교수는 “H-1B 비자는 혁신을 촉진하고 창업을 활성화하며 연구개발 투자를 늘린다”며 “이는 미국 전반의 생산성을 높여 토종 근로자에게 더 많은 일자리와 임금 상승 효과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러트거스대학교 제니퍼 헌트 교수도 “H-1B 프로그램 붕괴는 미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H-1B 근로자는 대체 인력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는 보완적 존재”라고 강조했다.

H-1B 비자는 1990년 도입된 고숙련 외국인 전용 비자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기업에 집중적으로 발급된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3년 발급된 H-1B 비자의 74%는 인도 출신, 약 10%는 중국 출신에게 돌아갔다. 아마존은 H-1B 승인 건수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대학과 비영리 기관도 외국인 교수와 직원 채용에 활용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는 특별한 기술이나 성공을 갖춘 인재만 받아들일 것”이라며 제도 악용 방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고숙련 외국인 유입이 미국 내 일부 임금을 억제했다는 연구를 인용했지만, 같은 연구에서 확인된 ‘다른 IT 직군 임금 상승’과 ‘이민자 주도의 혁신 효과’는 언급하지 않았다. 공동 저자인 가우라브 칸나는 “미국 태생 근로자 전체가 순이익을 경험했다”고 반박했다.

여러 연구 결과도 이번 조치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지오반니 페리·케빈 시·채드 스파버가 2015년에 발표한 연구는 외국인 유입이 오히려 임금을 끌어올린다고 밝혔고, 브리타 글레논의 2023년 연구는 H-1B 제한이 미국 다국적 기업의 해외 이전을 촉진한다고 분석했다.

노트르담대학교 커크 도런 교수는 “일부 H-1B 직무는 토종 근로자도 대체할 수 있지만, 갑작스러운 제도 변화는 인력 공백을 일으킬 수 있다”며 “설령 인력이 충분하더라도 해당 지역에 즉시 배치되지 못하면 노동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H-1B 수수료 인상이 미국 내 고용 확대라는 정책 취지와 달리, 혁신 둔화와 STEM 인력 부족, 다국적 기업의 해외 이전 가속화 등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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