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확신이 더는 작동하지 않고, 익숙한 언어가 입을 꾹 다물며, 일상의 감정들이 스스로 균열을 내는 순간이 있다. <폰티스 코드.는 바로 그 임계지점, 삶의 “차원 전환”이 시작되는 틈에 독자를 세우고, 복음이 증언하는 근원적 현재(Fontis)로 인도한다. 저자는 성서를 “종교 경전”이 아니라 전환을 살아낸 존재들의 서사로 읽어내며, 아브라함의 떠남, 모세의 부름, 시편의 탄식, 예언자들의 절망과 희망, 예수의 침묵과 부활을 관통하는 근원과의 접속법 을 치밀하게 탐색한다.
이 책에서 “폰티스(Fontis)”는 과거의 신비한 샘터가 아니다. 상실·불안·혼돈 속에서도 끊임없이 새로 솟는 존재의 근원—곧 지금도 우리를 깨우고 배열을 바꾸며 창조의 리듬으로 초대하는 살아 있는 현재다. 저자는 그 샘에 접속하는 영성의 기술을 ‘마당(場)’과 네 힘—유(有)·무(無)·용(用)·영(0) 의 역동으로 설계한다. 결과적으로 《폰티스 코드》는 신학·철학·현대물리학·현상학·영성 전통을 촘촘히 연결해, 닫힌 차원을 넘어서는 삶의 구조와 언어 를 제공하는 야심찬 안내서다.
이 책이 여는 새 지평
1) ‘마당’이라는 무대, 네 힘의 드라마
저자는 한국적 사유의 핵심 은유인 마당(場) 을 차원 전환의 무대로 호출한다: ▲유(有): 중력과 좌표—우리를 붙잡는 관성, 정체성의 고착, 통제의 프레임 ▲무(無): 틈과 잠재성—익숙한 질서가 해체되고 탄원 이 터져 나오는 임계면 ▲용(用): 흐름과 자기조직화—틈으로 유입된 힘이 공동체 속에서 창발 로 조직되는 과정 ▲영(0): 전체를 조율하는 통찰—네 힘의 순환이 하나님 나라적 질서 로 수렴되는 지점
이 네 힘이 맞부딪히는 차원의 접속면 에서 삶은 단순한 “문제 해결”을 넘어 존재의 리듬 자체 가 바뀐다.
2) ‘무’의 재발견—부정이 아닌 창조의 임계
<폰티스 코드.의 백미는 무(無)를 공허가 아닌 기원과 분기점으로 재정의하는 대목이다. 유일하신 하나님과 삼위일체 하나님의 일치가 ‘무의 근원’을 통해 접속될 때, 창세기의 창조·출애굽·요한복음의 “빛과 어둠”·로마서의 전환 구조가 지금 여기를 관통하는 전환의 드라마로 살아난다. 무는 중립적 여백이 아니라 빛의 계보와 어둠의 저항이 교차하는 영적 전장이다. 여기서 터져 나오는 것이 바로 탄원—자력으로는 더 갈 수 없음을 아는 존재의 겸손한 각성이다.
3) ‘용’의 정치성—예외상태를 창발로 바꾸다
용은 은밀히 정치적이다. 저자는 “창발적 예외상태”라는 개념으로, 법·권력·정체성이 무력화되는 임계에서 새 질서가 자기조직화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교회 공동체는 이때 근원에 접속된 생명 구조로 갱신되어, 경계·주변에 선 이들과 함께 비선형적 연대 를 조직하는 살아 있는 유기체가 된다.
4) ‘영’의 수렴—근원적 인간, 근원적 공동체
‘영’은 네 힘의 순환을 사랑과 일치로 묶는다. 여리고 성벽을 무너뜨린 집단적 공진, 광야의 무위와 경청, 요단의 도강과 할례는 교리의 표제가 아니라 집단 무의식이 정화된 영성공동체 의 탄생 서사다. 저자는 기도를 “근원적 차원의 하나님께 주파수를 맞추는 행위”로 재정의하며, 지식의 위계 가 아닌 지혜-실천-관계의 전환 으로 미래 교회의 길을 연다.
이런 독자에게 강력 추천
이 책은 ▲신앙의 언어가 현재의 삶을 더 이상 설명해 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그리스도인 ▲제자도·공동체·사회적 책임 을 하나의 통합적 영성으로 배우고 싶은 목회자/리더 ▲신학·철학·현상학·현대물리학을 복음적 상상력으로 연결하고 싶은 탐구자 ▲“교회 다음”의 열린 차원—기도와 실천, 자율성과 공동 책임이 균형 잡힌 영성 생태계를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된다.
<폰티스 코드>는 “문제 해결서”가 아니다. 샘으로 가는 길이고, 샘에서 흘러나오는 삶의 설계도다. 유에 안주하지 않고, 무의 잠재성에 귀 기울이며, 용의 창발로 공동체를 일으키고, 영의 일치로 수렴하는 ‘영-무-용-유’의 순환—그 여정이 곧 복음의 현재형이다. 흔들림의 끝에서 여전히 근원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가장 장구하면서도 가장 따뜻한 초대장 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