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상원, 조력자살 합법화 법안 반대… 입법 무산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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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킴 리드비터 의원이 발의한 조력자살 법안이 상원의 강한 반대에 직면하면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상원은 최근 이틀간의 토론을 마친 뒤 법안을 전담 특별위원회로 회부해 추가 심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반대 측에 의해 “중대한 승리”로 평가되고 있다.

영국 친생명 단체 ‘생명을 위한 권리 UK’에 따르면, 이번 토론에서 발언한 상원의원 155명 가운데 다수가 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알리스데어 헝거포드-모건 대표는 “상원이 법안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법안이 결국 입법에 실패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력자살 합법화는 6개월 미만의 시한부 환자에게 해당된다. 그러나 반대 측은 의료와 호스피스 체계가 이미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이를 도입하는 것은 “재앙”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헝거포드-모건 대표는 “사회적 약자들은 조력자살의 길이 아니라, 최고의 돌봄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해외 사례는 법 제정 이후 다수의 취약 계층이 생명 단축 압박을 받게 됐음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상원 토론에서도 다수 의원들이 우려를 제기했다. 바론니스 핀레이 전 영국의사협회 회장은 “법안이 환자의 선택권을 넓히거나 통제력을 강화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으며, 바론니스 버거는 “가족을 짐처럼 여기거나 죽기를 바라는 경우가 실제 존재한다”고 밝혔다.

로드 프로스트는 법안 통과가 국가 윤리 체계를 붕괴시키고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공리주의”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아일랜드 전 수상 바론니스 포스터 역시 “토론을 통해 이 법안이 상원 내에서 얼마나 강하게 반대되는지 분명히 드러났다”며 “입법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매우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 패럴림픽 선수인 바론니스 그레이-톰슨도 “우리는 사회의 가장 약자를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가 이번 토론을통해 분명히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기독교 자선단체 CARE의 정책 책임자이자 전 하원의원 캐롤라인 앤셀은 “이른바 ‘죽음 허가 법안’은 원칙과 실행 면에서 모두 근본적으로 결함이 드러났다”며 “이 법안은 일부 자살을 ‘존엄사’로 규정하면서, 자살 예방 활동 전반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케어 낫 킬링(Care Not Killing) 대표 고든 맥도널 박사도 “정부의 압력 없이 상원이 충분히 법안을 검토할 시간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결국 이 잘못된 법안을 고칠 수 없다면, 유일한 선택은 부결뿐이며, 대신 영국의 취약한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 체계를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