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인도에서 개최된 전인도 교회 선교 대회(AICOCIM)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이매뉴얼 병원 협회에서 봉사한 내과 전문의 산토쉬 T. 마튜 박사가 “인도 교회가 정신건강과 트라우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인적 치유의 유산을 회복하고, 목회 돌봄을 새롭게 상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마튜 박사는 상담과 정신의학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참석자들 앞에서 주저하는 마음을 고백하면서도, 성경과 역사, 현대 연구를 근거로 교회의 사명을 제시했다. 그는 “교회가 스스로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로서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다른 이들을 온전하게 세우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교회의 치유 역사에 주목했다. 마튜 박사는 “마태복음 9장에서 예수께서 '추수할 일꾼 없는 무리'를 불쌍히 여기신 장면부터, 로마 제국의 전염병 시기에 도망친 갈렌과 달리 기꺼이 환자들을 돌본 초기 기독교인들의 사례까지 교회는 단순한 육체적 치료를 넘어 두려움과 절망 같은 보이지 않는 전염병에도 응답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초기 교회가 순례자들을 위한 호스피스를 세우고, 근대 선교사들이 병원을 설립한 역사도 언급하며 “교회는 전인적 돌봄을 남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료가 전문화되며 몸과 마음, 영혼이 분리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오늘날의 위기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마튜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성인 5명 중 1명이 정신질환을 겪으며, 인도에서는 아동·청소년 10%가 영향을 받는다는 통계와 코로나19 이후 성인 3분의 1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가 지적한 ‘외로움의 전염병’은 특히 여성과 청년, 노년층에게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케랄라에서 방문한 노인 부부들의 절망을 전하며, 도시 교회들도 고령화와 함께 같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튜 박사는 교회 내부에도 트라우마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권위주의적 리더십, 가정 해체, 부재한 부모로 인한 자녀 소외 등 숨겨진 상처를 교회가 직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퍼포먼스 중심의 예배'와 '번영 신학'이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것은 정신적 치유에 대한 갈급함의 표현이다. 교회가 건강한 방식으로 이 필요를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현대 연구가 영성과 정신건강의 연관성을 인정하는 것은 교회가 잃어버린 영역을 회복할 기회”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루터, 스펄전, 윌리엄 쿠퍼, E. 스탠리 존스 등 우울증을 겪은 신앙 지도자들의 사례를 언급했다. 마튜 박사는 “이들의 고통이 오히려 사역을 깊게 만들었다”며 “스펄전의 고백과 스탠리 존스가 정신적 붕괴 이후 인도에 정신의학 병원을 세운 일화는 교회가 고통 속에서도 사명을 이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마튜 박사는 교회의 다섯 가지 대응 과제를 제안했다. 그는 “첫째, 건강을 분절된 개념이 아닌 전인적 개념으로 회복할 것. 둘째, 단순한 신학적 답변이나 낙인찍기 같은 해로운 행위를 절제할 것. 셋째, 리더들이 자신의 연약함을 나누며 취약성의 문화를 만들 것. 넷째, 문제 해결보다 경청을 우선하는 ‘영혼의 대화’를 촉진할 것. 다섯째, 장기간 함께 걷는 회복 공동체를 세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가 전문 상담이나 의학적 치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이를 보완하는 관계적·영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며 “교회가 정신건강 문제를 외면하면 구성원의 필요에 무관한 공동체로 전락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당뇨병은 손쉽게 고백하지만 우울증은 침묵한다”며, 교회 안의 낙인을 깨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상처 입은 치유자 모델을 제시하며, 교회가 외로움과 우울,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회에 전인적 공동체로 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주님이 고통받는 자들을 보셨듯이, 우리도 다른 이들이 외면하는 곳에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