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원장 신원하, 이하 한기윤)이 18일 오후 고려신학대학원 강의동 세미나실에서 제3회 목요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조성돈 교수(실천신대 교수,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대표)가 ‘자살 공화국과 교회 - 교회는 위기의 한국 사회를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 한국 사회의 자살 현황
조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자살의 위험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다. 특히 유명인의 자살이 나타나면 사회는 도가니처럼 들끓었지만, 항상 그렇듯 때가 지나면 조용히 지나가곤 했다”며 “그 결과는 다음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조용히 있다가 다시 들끓어 오르는 것이다. 아직도 자살예방에 있어서는 부족한 면이 많고, 국가적 개입도 상당히 소극적이다. 정책적인 면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보면 허술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사회에서 자살예방에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하면 2011년에 제정된 자살예방과 생명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의 실행이었다. 정부는 이 법률을 제정하고 이에 따라 공식적으로 자살예방에 나섰다. 예산도 편성을 했고 시도별로 자살예방센터와 시군구별로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세워서 자살예방에 앞장섰다”며 “놀라운 것은 이렇게 정부가 나서자 자살자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2011년 15,906명이던 자살사망자는 2017년 12,463명으로 6년 만에 연 자살사망자가 3,443명이 줄어들어 20%의 감소성과를 보였다. 실은 우리나라에서 자살사망자가 1998년 이후 급속히 늘어난 것도 기록적이지만 이렇게 빠르게 줄어든 것도 대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첫째는 자살예방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서서 활동을 하자 이렇게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정책과 활동 여부에 따라서 자살은 줄어들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서 점차적인 활동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법률이 정해지고 정부가 활동을 하자마자 이렇게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은 그 동안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는 또 “둘째는 정부의 태도가 야속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2003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했지만, 이후 20년 동안 공적 대응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핀란드와 일본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들 국가는 자살률 1위에 오른 직후 국가적 대응책을 마련해 자살률을 성공적으로 낮췄다. 반면 대한민국은 자살자 수가 2017년 이후 다시 증가해 2023년에는 13,978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러한 자살공화국에서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교회 역시 이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꽤 긴 시간 우리는 자살자에 대한 정죄로 예방이 아니라 방지를 해왔다”며 “즉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말로 겁을 주어서 방지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자살에 대한 논의는 교회에서 하기 어려워졌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나 시도자, 자살유족들의 입장에서는 치유가 아니라 상처만 가져오는 상황을 가져왔다. 그리고 ‘자살’이라는 이 단어는 교회에서 꺼내는 것조차 불경스러운 일로 여겨져 이에 대한 논의는 발전되지 못하고 묻혀버렸다”고 덧붙였다.
◆ 한국 사회의 죽음의 문화
조 교수는 “한국사회에 자살이 많은 이유를 묻는다면 한국에는 죽음의 문화가 있다고 대답한다. 우리는 죽음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인생에 실패를 경험하면 곧 죽음을 연상한다”며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 그렇다. 우리는 IMF 사태 이후 무엇이 변해서 이렇게 되었는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우리의 가치관이 바뀌었다. 돈이 가장 중요한 삶의 이유가 되었다. 우리 생의 절대적 가치가 있다면 생명이다. 그리고 돈은 상대적 가치다. 돈은 목적이 될 수 없고 인생의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돈은 절대적 가치가 되었다”고 했다.
특히 “청년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요즘 청년들을 향해서 N포 세대라고 한다”며 “처음 시작할 때는 3포라고 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 그런데 곧 5포라 하여 3포에 더해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마저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7포라고 해서 꿈과 희망마저 포기했다. 이제는 세는 것도 포기하고 N포 세대라고 한다. 이러한 청년들은 인생에 패자부활전이 없다고 한다. 즉 ‘한 번의 실패에 다시 역전할 수 있는 기회는 없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나가오 가츠히로의 ‘남자의 고독사’라는 책에 보면 80세, 90세가 되어도 노후를 걱정하며 산다고 한다. 그 나이가 되면 걱정을 내려놓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단다”라며 “80세가 되어도 아직 20년을 더 살아야 하고, 90세가 되어도 10년을 더 살아야 한다. 그렇게 보면 그 나이가 되어도 결국 노후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이게 일본만 그렇겠는가. 이제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러한 죽음의 문화를 이기는 것은 생명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즉 생명의 가치관을 만들어야 한다”며 “경제적 가치로 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 자체를 절대적 가치로 여기는 마음이다.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 자체가 목표이고 의미여야 한다. 서로가 경쟁을 하고, 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아등바등하면서 사는 삶이 아니라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생명문화를 만드는 길이다. 이것이 또 가장 강력한 자살예방”이라고 했다.
◆ 교회의 자살예방
그는 “대한민국에서 교회처럼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모일 수 있는 곳은 없다. 교회에서는 설교나 강의 또 소그룹 등을 통해서 정기적으로 그리고 끊임없이 교육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교육의 효과를 통해서 교회는 항상 시대의 등불 역할을 하며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어 왔다”며 “구한말 기독교가 처음 들어왔을 때 유교의 가치관을 대체한 것은 기독교였다. 이후에 애국심을 심으며 암흑의 일제 강점기를 건너왔고, 조국의 광복에 큰 역할을 했다. 이후 민주주의의 과정에서 민주정신을 만들었다. 또 산업화 시기에는 교회가 대체가족과 준거집단의 역할을 감당하며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감당하기도 했다. 이제 경쟁사회를 벗어나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의식의 전환도 교회가 감당해야 한다. 특히 생명문화를 만드는 일은 교회가 해야 할 일이고, 교회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생명이 절대적 가치라는 것은 교회가 가장 잘 아는 바”라며 “예수님께서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하신 것은 결코 놓칠 수 없는 기독교의 절대적인 가르침이다. 구약의 약자보호법에서 보는 것은 한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을 담은 존귀한 존재라고 하는 생명가치의 실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식일의 법에서, 희년의 법에서 종에 대한 가르침에서 약자들을 세워 더불어 살고자 했던 하나님 백성의 공동체 의식은 구약의 핵심적인 가르침”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생명문화를 천부적으로 가지고 있다. 교회는 이걸 가르쳐야 한다. 교회 안에서 기회가 되는 대로 가르치고, 이러한 가르침을 받은 자들이 각각의 사회에서 이 가르침을 나누어야 한다. 이게 교회가 이 자살공화국 대한민국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또한 “이러한 역할은 사회에서 교회에 기대하는 바”라며 “공적 영역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마지막 보루처럼 여겨졌던 복지영역에서도 기독교의 영역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생명을 살리는 일인 자살예방에서는 종교 특히 기독교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의 활동을 소개하며, 교회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들을 제시했는데, 구체적인 일로서 △생명보듬주일 △자살유족 돌봄 △생명네트워크 △학교 연계 교육 △소공동체 리더 교육 등을 꼽았다.
끝으로 조 교수는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다양한 자살예방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생명가치에 대한 교육은 교회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또 각 교회가 처한 지역에서 행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무엇보다 생명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그래서 이 땅을 지배하고 있는 죽음의 문화를 이기고 생명문화를 만들어 내는데 교회가 그 역할을 감당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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