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 인권 상황 10년간 악화… “억압과 공포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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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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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의 북한 인권 고위급 회의 당시 모습. ©외교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최근 제60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이 지난 10여 년간 심각하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 사회 전반에 억압과 공포가 만연하며, 주민들이 체제의 강압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보고서는 탈북자와 피해자, 증인 수백 명의 인터뷰와 위성 이미지, 문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북한에서는 표현과 정보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돼 있으며, 당국의 감시와 처벌 체계가 일상화돼 있다”고 밝혔다. 외국 드라마, 영화, 음악을 소지하거나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장기간 구금, 심지어 사형에 처해지는 사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OHCHR은 이러한 극단적 처벌이 주민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며, 정권이 체제 안정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으로 기능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사법 절차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결여돼 있으며, 임의적 체포와 장기간 구금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치범 수용소에서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고문, 강제노동, 비인간적 처우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국제인권법과 국제형사법상 ‘인도에 반한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증언에 따르면 수용소 수감자들은 구타, 기아, 강제적 신체노동에 시달리며, 가족 단위로 수감되는 사례도 많았다. 수용소 자체가 공포의 장치로 기능하며, 주민들은 사소한 ‘정치적 범죄’로 언제든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다. 공개 처형은 여전히 공포를 각인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되며, 청소년과 젊은 세대가 외국 영상물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공개 총살되는 사례도 보고됐다. OHCHR은 이를 국제 인권 기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극단적 인권 침해로 규정했다.

강제노동 문제도 여전히 광범위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위험한 광산, 건설 현장 등으로 동원되며, 여성들은 강제적이고 착취적인 노동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성폭력과 젠더 기반 폭력은 제도적으로 은폐되며, 피해자들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일부 긍정적 변화도 관찰됐다. 보고서는 구금 시설 내 경비원의 물리적 폭력 사용이 일부 감소하고, 법률상 ‘공정 재판’ 보장을 명문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는 제한적이고 부분적인 변화에 불과하며, 북한의 구조적 인권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OHCHR은 보고서를 통해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추궁(accountability) 체계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증거 보존, 탈북자 보호 및 증언 확보, 국제 형사법적 대응 방안 모색, 정보 유입 확대, 인도주의 지원과 인권 원칙 결합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북한 당국은 이번 보고서를 “정치적 음모”라며 전면 부인했지만, OHCHR은 “체계적 억압 구조가 지속되는 한 주민들의 고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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