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빛과 그림자

[신간] 성서의 인물들
도서 「성서의 인물들」

신약성서학자 차정식 교수(한일장신대)가 펴낸 <성서의 인물들>은 구약과 신약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인물 30명을 통해 성서 전체의 역사를 새롭게 조망하는 성서인문학 에세이다. 저자는 구약에서 15명, 신약에서 15명을 선별하여, 그들의 삶을 피상적인 평가가 아닌 비평적 분석과 학문적 연구, 전승된 후일담까지 아우르며 입체적이고 살아 숨 쉬는 존재로 재구성한다.

이 책은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빛과 그림자, 공과 과를 동시에 드러내는 데 주력한다. 아브라함의 담대한 믿음, 삼손의 비극, 나오미와 룻의 순정과 희망, 다윗의 다채로운 재능과 회개, 바울의 선교 열정, 바나바의 격려와 헌신, 브리스길라의 도전적인 사역까지, 각 인물의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준다.

책은 특히 인물 선택에 있어 시대적 배경, 직책과 활동 유형, 성별의 균형을 고려했다. 이로써 구약과 신약을 아우르며 다양한 삶의 양상을 담아냈다. 아브라함을 “담대한 용기로서의 믿음”을 보여 준 순례자로, 삼손을 “외로운 영웅의 비극”으로, 나오미와 룻을 “혼돈 속에서도 이어진 희망의 불씨”로 해석한다. 다윗에 대해서는 “천 개의 얼굴을 지닌 정치가이자 시인”으로 묘사하며, 바울은 “생애 마지막 호흡까지 복음을 위해 헌신한 전천후 선교사”로 조명한다. 또한 브리스길라를 통해 당시 가부장적 관념을 넘어선 여성 사역자의 상징성을 강조한다.

<성서의 인물들>은 단순히 신앙적 교훈을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성서 인물들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복잡함과 모순,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드러나는 연약함과 가능성을 동시에 비춘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성서 속 인물들을 추상적 교훈의 대상으로만이 아니라, 피와 땀을 흘리며 살아간 사람으로 이해하게 된다.

차정식 교수는 머리말에서 “성서의 인물을 통해 성서의 역사를 읽고, 그 속에서 하나님이 인간에게 하신 말씀과 행적을 새롭게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밝힌다. 이 책은 신학도뿐 아니라 성서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유익하다. 성서 인물들을 새롭게 만나는 경험을 통해, 독자는 자신과 교차하는 삶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오늘의 신앙을 성찰할 수 있다.

성서를 전체적인 역사와 인간 이야기의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싶은 이들, 신앙의 길잡이로서 성서 인물들의 삶을 묵상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성서의 인물들』은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역사는 인물의 역사다”라는 말처럼, 성서의 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곧 성서의 역사와 맞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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