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종교 소수자 학살 지속… 미국에 적극 대응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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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크리스마스 트리 화재 사건 후 시위하는 시리아 기독교인들.(기사와 관련 없음) ©citynews 보도영상 캡처

시리아 내 기독교인, 알라위파, 드루즈 등 종교 소수자들이 급진적 지하디스트와 극단주의 세력의 잔혹한 공격과 인권 침해에 시달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종교 자유 옹호자들은 미국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알라위파미국협회(AAUS) 회장 모르하프 이브라힘 박사는 최근 워싱턴 D.C. 연방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것은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의도적인 테러 캠페인”이라며 “시리아의 종교 소수자들이 존재 자체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CP에 따르면 2024년 12월 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뒤, 기독교인과 알라위파, 드루즈 공동체는 외국인 지하디스트와 아사드 충성 세력, 임시 정부를 장악한 민병대의 공격에 노출돼 있다. 특히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출신으로 구성된 연합체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권력을 잡으면서 종교 소수자들의 안전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

이브라힘 회장은 올해 3월 지중해 연안 알라위파 마을에서 벌어진 집단학살을 언급하며 “1,500명에 달하는 주민이 잔혹하게 살해됐다. 심지어 희생자의 심장을 꺼내 아버지 앞에 놓는 만행까지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성과 소녀들이 납치돼 성노예로 팔리거나 강제 결혼을 당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6월 22일에는 다마스쿠스의 마르 엘리야스 교회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20여 명이 사망했다. 폭탄 조끼를 착용한 범인은 주일예배 중 총격을 가한 뒤 자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디펜스 오브 크리스천스’(IDC) 리처드 가잘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매번 자살 폭탄, 교회 파괴, 공동체 탈출이 이어지면서 시리아는 2,000년 역사의 신앙과 문화 유산을 잃어가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테러가 아니라 가속화된 종교·문화적 말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독교인과 알라위파, 드루즈가 시리아 사회에서 온건한 균형자 역할을 해왔다며 “이들의 소멸은 급진주의 확산과 중동 평화의 근본적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시리아 기독교 공동체의 소멸은 동서 문명을 잇는 중요한 다리의 붕괴”라고 지적했다.

내전 발발 이전 시리아 기독교인은 약 200만 명(전체 인구의 10%)이었으나, 현재는 30만 명 이하로 급감한 상황이다.

이브라힘 회장과 가잘 사무총장은 미국 의회와 트럼프 행정부가 소수자 보호를 위해 적극 개입할 것을 요청했다. 이브라힘은 “알라위파, 기독교인, 드루즈, 쿠르드 등 모든 소수자를 지키는 것이 단순한 도덕적 명령이 아니라 중동의 지속적 평화 기반”이라며 분권형 통치가 안정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잘 사무총장은 소수자들의 예배·공적 생활 참여 보장, 헌법적 권리 보호, 군 개혁을 통한 민병대와 외국인 전투원 축출 등을 개혁 과제로 제시하며 “미국은 외교 정상화의 조건으로 반드시 소수자 보호와 종교 자유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세계 지도자들이 단순한 규탄을 넘어 적극적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며 “시리아의 종교 다양성을 지키는 일은 인류 문명 전체의 유산을 보존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