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적 관점에서 보는 천년왕국론과 기존 4학설에 대한 검토(13)

오피니언·칼럼
기고
허정윤 박사(알파와오메가창조론연구소 대표, 창조론오픈포럼 공동대표)

(2) 후천년설에 끼친 두 차례 세계 대전의 영향

허정윤 박사

후천년설은 복음이 전 세계로 확산되어 인류가 기독교적으로 개혁되면서 천년왕국으로 전환되고,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여 모든 악을 심판하시고, 공의와 평화의 하나님 나라를 완성하신다는 종말론적 관점이다. 이는 전천년설이나 무천년설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며, 청교도가 품었던 미국의 건국이념이다. 그러나 20세기에 발생한 두 차례 세계 대전은 후천년설의 이상주의적 신념을 크게 약화시켰다.

① 제1차 세계 대전은 1914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시작되었고, 전자를 지원하는 동맹국과 후자를 지원하는 연합국이 가세하여 세계 대전으로 비화했다.

◆ 동맹국인 독일이 1917년 잠수함으로 미국 선박을 공격하자, 이에 피해를 입은 미국이 연합국으로 참전했다. 미국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한 독일이 1918년 평화협정 서명으로 전쟁이 끝났다.

◆ 미국의 28대 대통령 토마스 우드로 윌슨(Thomas Woodrow Wilson, 1856-1924)의 민족자결주의 선언은 세계 정치에 새로운 이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신생국가를 포함하여 세계 평화를 논의하는 정치 기구가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② 제2차 세계 대전은 독일과 이탈리아와 일본이 맺은 3국 동맹 추축국이 일으켰다. 추축국은 제1차 세계 대전 후 영토 확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각각 국제연맹을 탈퇴하여 3국 동맹을 맺은 것이다.

◆ 제2차 세계 대전의 전초전은 1937년 일본의 식민지 만주국이 중국의 수도 남경을 점령한 중일전쟁이었다. 이때 독일과 이탈리아는 일본의 전쟁에 자동적으로 참전하게 되는 3국 동맹국으로 묶여 있었다.

◆ 독일이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함으로써 제2차 세계 대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 1941년 독일은 유럽 대륙을 장악하고 소련과의 전쟁에 돌입했고, 일본은 진주만을 공습하여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별 전과를 남기지 못했다.

◆ 독일은 전쟁 중에 유대인을 체포하여 독가스실에서 약 600만명을 학살하는 홀로코스트를 자행하였고, 나치 체제에 반대하는 종교인들을 체포, 구금, 처형하였다.

◆ 1945년 독일은 베를린이 점령되고 히틀러가 자살하자 무조건 항복했다. 유럽 대륙의 전쟁은 끝났으나, 일본은 아시아에서 전쟁을 계속했다. 결국 미국이 새로 개발한 핵폭탄 두 발을 일본 본토에 투하하는 것을 보고서야 일본은 항복했다. 덕분에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해 있던 한반도의 한민족도 해방될 수 있었다.

◆ 제2차 세계 대전 후 유명무실했던 국제연맹이 해체되고, 승전 5개국이 단독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가 되는 국제연합(United Nations)이 새로 발족되어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③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은 전쟁의 참혹함과 그 과정에서 나타난 인류의 잔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도덕적 진보가 좌절된 인류의 현실을 목격하고, 이상주의적 후천년설에서 세대주의 전천년설로 신학적 입장을 전환하였다. 이에 따라 후천년설이 쇠퇴하게 되었다.

◆ 특히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냉전과 핵전쟁의 위협 속에서 종말론적 긴장감이 고조되었으며, 후천년설보다 전천년설이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러나 전천년설이 후천년설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신학적 또는 성경적 논리는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3) 후천년설에 대한 재평가

후천년설은 로마가톨릭교회의 무천년설에 반대하여 등장한 것이지만, 두 설 모두 어거스틴의 『하나님의 도성』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후천년설은 그리스도의 초림부터 재림까지의 교회 시대에 지상의 천년왕국 시대가 있다고 보지만, 무천년설은 그리스도가 하늘에서 통치하는 교회 시대를 상징적으로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따라서 후천년설은 복음의 확장을 통해 하나님의 공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천년기가 역사적으로 도래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를 품고 있다. 이들은 천년왕국론의 근거를 난해한 요한계시록보다는, 마태복음에 기록된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는 대위임령(마 24:14, 28:18–20)과 구약의 메시야 시대 예언들(사 2:2–4, 단 2:44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무천년설이 후천년설보다 상징적 해석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① 요한계시록 해석과 다른 성경 인용

요한계시록 이해에 신약성경에 있는 그리스도 말씀과 제자들의 해석을 인용하는 경우에는 별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구약의 예언을 천년왕국론에 직접 연결하는 사례는 대개 무리한 적용으로 평가된다.

◆ 요한계시록 20장에서 천년왕국이 진행되는 곳은 문맥상 하늘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그와 병행되는 “천 년 동안”에 땅에서 진행되는 일에 대한 설명은 없다.

◆ 그렇다고 해서 천년왕국이 땅에서 진행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올바른 해석이 될 수 없다.

◆ 왜냐하면, 그 “천 년 동안”에 교회와 신자들이 할 일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리스도가 승천하시기 직전에 하신 대위임령(마 28:19-20, 막16:15-16)에 따라 복음 전파의 사명을 수행하는 것이다. 어거스틴은 이 구절을 그렇게 이해하여 『하나님의 도성』을 썼다.

◆ 그런 이해는 요한계시록뿐만 아니라, 전체 성경의 흐름에서 보아도 타당한 이해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기존 학설들은 대체로 이런 이해와 거리가 떨어져 있다.

② 첫째 부활과 둘째 부활

요한계시록 20:4–6은 첫째 부활과 둘째 부활을 명확히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다. 첫째 부활은 거룩한 자들의 부활로 그리스도의 재림 전에 하늘에서 이루어진다. 그들이 천년왕국 백성이 된다. 둘째 부활은 나머지 죽은 자들의 부활로 그리스도의 재림 이후 생명책 심판을 위한 부활이다.

◆ 무천년설과 후천년설은 첫째 부활을 상징적으로 영적 부활로 해석하며, 죽은 자들은 모두 그리스도의 재림 때에 한꺼번에 부활하여 심판을 받는다고 본다.

◆ 반면에 전천년설은 첫째 부활을 그리스도의 재림 시에 죽은 신자들의 육체 부활로 해석하며, 당시 살아 있는 신자들과 함께 지상의 천년왕국에서 왕 노릇한다고 주장한다.

◆ 요한계시록에서 첫째 부활한 자들은 천년왕국 백성이며 거룩하므로, 최후의 심판을 면제받는다. 둘째 부활한 자들은 모두 생명책에 기록된 대로 심판을 받아야 한다.

③ 그리스도의 재림

◆ 후천년설은 교회와 신자들의 노력으로 평화와 정의의 천년기를 완성한 후에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대한다.

◆ 앞서 언급했듯이, 영국에서는 후천년설 신앙을 바탕으로 청교도 혁명에 성공했었지만, 그것은 10여 년의 짧은 기간 존속하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 이와 같이 후천년설은 역사적 상황에 따라 그리스도의 조기 재림을 촉진하는 혁명적 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미국의 독립전쟁도 청교도의 혁명적 운동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이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현재에도 청교도 혁명의 정신이 여전히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 나라라고 볼 수 있다.

④ 미국에서의 후천년설

신대륙 미국으로 건너간 후천년설 관점의 청교도는 대각성 운동을 통해 식민지에서 독립 국가를 세울 소망을 키웠고, 마침내 그들의 소망대로 민주주의 공화정이라는 정치체제를 세계 최초로 출범시켰다. 그리고 그들은 세계를 향한 기독교화 운동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초기 미국 청교도 혁명 운동의 성공적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 영국과 미국의 청교도 혁명을 비교한다면, 미국이 더 큰 성공을 이루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 청교도의 더 큰 성공의 바탕에는 대각성 운동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청교도 지지층이 더 많았다는 점일 것이다. 남북전쟁의 승리로 노예해방을 이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 그러나 20세기에 일어난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미국이 모두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세계화 운동에서 후천년설 견해가 약화되었다. 신학자들은 대개 그 원인을 인류의 잔혹성과 도덕성의 타락이 세계 대전에서 노출됨으로써 후천년설의 이상주의를 포기하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지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실은 세대주의라는 새 천년왕국론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세대주의는 요한계시록에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하나님의 경륜(divine dispensation) 7세대론과 마지막 7년 동안에 등장하는 새로운 적그리스도론, 그 후반 3년 반에 일어날 대환난설, 그리고 대환난 전에 그리스도가 공중 재림하여 신자들을 피난시킨다는 휴거론 등을 주장하는 전천년설의 하나이다. 여기서 특히 성경에 언급된 적이 없는 대환난 전 피난 휴거론이 세계 대전 후 무력감에 빠져 있던 기독교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 현대 후천년설 지지자로는 프린스턴대학교 조직신학 교수로 Systematic Theology Vol I, II. III을 저술한 찰스 핫지(Charles Hodge, 1797-1878)가 있으며, 그의 제자인 로레인 뵈트너(Loraine Boettner, 1901-1990)가 The Millennium (1957, 개정판: 1984)을 출판하여 후천년설을 주장하였다.

◆ 최근에 후천년설 지지자 케네스 겐트리(Kenneth L. Gentry Jr., 1950- )는 요한계시록 주석서인 The Divorce of Israel I, II를 출판하였으며, 신정론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⑤ 현대 사회에서 후천년설의 실천적 방향

후천년설은 역사적으로 이상주의적이고 낙관적인 종말론으로 평가되어왔다. 그러나 20세기 두 번의 세계 대전과 그 이후에 반란군과 내전 중인 국가들, 국가 간 동시 다발적 국지전, 핵폭탄 등의 대량 살상 무기 증가, 제3차 세계 대전 임박설 등의 전쟁 위협과 온갖 종류의 사회적 폭력이 현실적 문제로 등장하면서 후천년설의 이상주의는 무력하게 느껴지고 있다.

◆ 이러한 현실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후천년설은 역사 속에서 개인을 구원하려는 사회적 책임감과 국가를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 나라로 개혁하려는 행동주의적 측면에서 여전히 유효한 신학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 특히 정의, 평화, 인권, 생명과 자연 생태계 보호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후천년설은 기독교 신앙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특별한 모델이 될 수 있다.

◆ 과거의 청교도 혁명 운동과 대각성 운동, 그리고 현대 기독교 재건주의(Christian reconstructionism) 운동 등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후천년설은 기독교의 단순한 종말론적 관점에 그치지 않는다. 기독교 사회운동, 생태신학, 인권운동 등이 그런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후천년설은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소망하면서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사회제도의 발전과 공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정치체제의 비전을 동시에 제시할 수 있는 기독교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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