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양극화 해소 및 화해·평화 이루는 하나님의 선한 도구”

Forum 빛 제2차 학술대회, ‘양극화된 위기 사회 속 교회와 국가의 화평 관계’ 주제로 개최
Forum 빛 제2차 학술대회 진행 사진. ©장지동 기자

Forum 빛 제2차 학술대회가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소재 개포동교회(담임 이풍인 목사)에서 ‘양극화된 위기 사회 속 교회와 국가의 화평 관계’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개포동교회·원주중부교회·충현교회 후원으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규섭 교수(아신대)가 ‘두 도성 사이에서 교회의 공적 감각: 초기 기독교의 덕의 개념을 폴리스 내부로 재배치하기’ △우병훈 교수(고신대)가 ‘리처드 백스터(1615~1691)에 따른 국가론’ △박재은 교수(총신대)가 ‘아브라함 카이퍼의 반혁명 국가학에 나타난 국가와 교회의 바른 관계성 고찰’ △안인섭 교수(총신대)가 ‘종교개혁사적 관점에서 본 현대 사회 양극화 극복을 위한 신학적 제언’ △최현범 교수(총신대, 부산중앙교회 은퇴목사)가 ‘양극화의 위기에 선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한국교회, 공적 감각 회복과 덕을 연마하는 새로운 장

김규섭 교수는 “고전적 의미의 덕 개념은 단지 내면적 자질이 아니라 상대편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라며 “덕은 폴리스의 시민적 목표를 체득하고 실현하고 이것을 통하여 폴리스 구성원들의 인정을 받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고전적 의미에서 덕의 실현 장소는 폴리스 내부였음이 분명하다. 우리는 교회를 사회의 장에서의 행위자로 여겨야 한다”고 했다.

이어 “초기 기독교인에게 공적 감수성이 여전히 중요했다고 여겼다”며 “이렇나 차원에서 공적 감각은 외부 사회로 명예를 취득하기 위한 자아가 아니라 자신과 공동체의 위치가 공동체 내에서 위치했는지를 지각하는 보편적 사고 능력”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이 현실 속에서 교회가 성도들이 판단력을 기르는데 어떤 역할을 했는가”라며 “외부 세계를 지각하는 최종 근거는 하나님이 주시는 ‘내적 빛’이라는 점은 경건한 사상이지만, 어거스틴의 의도와 달리 성도의 외부 정보 처리 과정에서 성직자가 판단의 주체가 될 가능성도 중세 교회에서 함께 발생했다”고 했다.

이어 “교회는 하나님 앞에서 내면을 성찰하는 장소뿐 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돌보고 훈련하여 세계와 관계 맺는 능력을 키우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며 “공적 감각은 신자가 자신과 공동체를 보편 사회의 맥락에서 조망하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교회의 위치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이 감각이 상실되면, 신자들은 폐쇄적 내면이나 특정 지도자의 권위에 의존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는 어떻게 이 공적 감각을 회복하고 덕을 연마하는 새로운 장을 창출할 수 있는가”라며 “성도들은 목회자의 정치적 판단을 수동적으로 수납해선 안 된다. 교회의 역할은 완성된 정답을 목회자에 의하여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성도 개개인의 복잡한 세상 속에서 스스로 분별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훈련하는 인식론적 전환을 이끌어 내는 데 있다”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 설교와 교육은 교리나 윤리 강령을 일방적으로 전다하는 것을 넘어, 성도들이 세상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신앙의 관점에서 주체적으로 사유하며 자신의 공적 감각을 형성해 가도록 돕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며 “교회는 더 이상 목회자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공동체가 아닌, 모든 구성원이 책임 있는 신앙의 주체로 함께 서 가는 신학적 토대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러한 인식론적 훈련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름 아닌 하나님과 타자에 대한 감각을 연마하는 것이다. 타자에 대한 감각은 나와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교우, 사회적 약자와 낯선 타인의 존재와 목소리를 내 생각의 출발점으로 삼는 훈련”이라며 “교회는 나와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과 안전하게 대화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의 다름을 배우는 숙의(熟議)의 장을 의도적으로 열어야 한다”고 전했다.

◇ 개혁적·보수적인 백스터의 국가론

우병훈 교수는 “리처드 백스터의 국가론은 이중적 성경을 지닌다”며 “그의 「거룩한 공화정」은 1683년 분서갱유 사건에 포함될 정도로 개혁적이고 급진적인 측면을 가졌고, 후대의 역사가들에 의해 ‘청교도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이어 “백스터의 「거룩한 공화정」에 나타난 정치사상에서 개혁적·보수적 요소를 정리하면 먼저, 백스터는 위정자들이 지닌 책임성과 그 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주장했고, 둘째로 시민의 자벌적 동의와 언약에 기초한 국가 운영을 주장했다”며 “셋째로 교회와 국가의 상호 협력 원리를 제시했고, 넷째로 왕정도 민주주의도 절대화하지 않았으며, 다섯째로 무신론자 및 불경건한 자가 국가를 통치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또한 그는 “백스터의 하나님 중심적인 국가관 및 정치이론은 그의 정치적 입장이 보수적으로 표현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며 “먼저, 그에게 권력의 근원은 국민이 아닌 하나님이며, 둘째로 그는 군주제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을 가졌는데, 이는 민주정보다는 왕정에 더욱 회의적인 그의 태도를 보여준다”고 했다.

더불어 “셋째로 그는 경건한 소수에 의한 통치를 지지했고, 넷째로 교회와 국가의 건전한 협력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교회가 단순한 영적 활동을 넘어서 국가의 도덕적 기준과 통치에 영향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다섯째로 원리적으로는 기독교인만이 완전한 시민의 자격을 가진다고 보았다”고 했다.

끝으로 우 교수는 “백스터는 고전적 기독교 정치신학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당시의 정치적 혼란과 급진적 사상들을 신학적으로 평가·비판하며, 보수성과 개혁성을 절충하는 중도 개혁주의자의 전형을 보여준다”며 “백스터가 이러한 중도적 개혁주의적 입장을 가지게 된 것은 그가 키더민스터에서 사역했을 때의 경험이나 군목으로 활동할 때의 경험 때문일 수 있으며, 그는 크롬웰의 통치하에서 목회 사역의 꽃을 피웠기에 하나님을 경외하는 경건하고 지혜로운 군주에 의한 통치를 찬성하게 되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그의 목회 사역에서 만난 많은 회중이나 군대에서 본 일반 민중은 그가 보기에 여전히 어리석고 불경하여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쉬운 존재로 보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 카이퍼의 국가론의 핵심, ‘상호자유’

Forum 빛 제2차 학술대회가 ‘양극화된 위기 사회 속 교회와 국가의 화평 관계’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장지동 기자

박재은 교수는 “카이퍼는 국가가 다시 순수한 국가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먼저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은 다름 아닌 ‘상호자유’라고 보았다”며 “이처럼 교회와 국가 사이의 바른 관성 확립을 위해서는 자유가 필수 중 필수이다. 자유가 없는 독재 국가에선 교회와 국가 사이의 관성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1878년 41세 나이로 반혁명당 당수가 되었으며, 1901년 64세 때 네덜란드 수상이 된 카이퍼의 꿈은 결국 교회론적 자유였고, 국가론적 자유였다”며 “이 상호 유기적 자유가 그의 「반혁명 국가학」 면면에 가득 흘러 넘쳐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21세기 대한민국 속에서 한 교회의 신자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도 카이퍼가 꿈꿨던 교회론적 자유과 국가론적 자유를 꿈꿔야 한다”며 “이 꿈이 성취되는 시작점은 교회와 국가 사이의 상호자유를 오늘의 일상 속에서 작게나마 실천해 보는 것, 경험해 보는 것, 누려보는 것,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고 전했다.

◇ 종교개혁, 양극화된 위기 사회 속 화평 향한 역사적 응답

안인섭 교수는 “종교개혁은 성경에 기초한 교리에 근거하여 교회를 회복하기 위한 운동이면서, 동시에 중세 말 심화된 사회적 불평등, 정치적 억압, 신뢰 붕괴라는 위기 상황에 대한 총체적 응답이었다”며 “한 마디로 신앙의 개혁으로 근세를 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종교개혁의 역사적 유산은 단순한 과거의 교훈이 아니라 오늘의 신학적 요청이 된다”며 “먼저, 교회는 인간의 존엄과 상호 의존성을 근거로 공동체적 책임을 증언해야 한다. 둘째로 교회와 국가는 상호 대립이 아니라 구별 속의 협력이라는 파트너십으로 사회적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셋째로 구제와 사회적 책임을 단발적 자선이 아니라 제도적 정의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날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의 유산을 단순한 교리적 전통으로 소비하지 말고, 화해와 통합의 공적 신학으로 실천해야 한다”며 “특히 남북 분단이라는 구조적 양극화 앞에서 교회는 단순히 정치 담론의 소비자가 아니라, 평화와 화해를 증언하는 주체로 서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결국 종교개혁은 양극화된 위기 사회 속 화평을 향한 역사적 응답이었다”며 “그리고 그 정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교회와 국가가 함께 책임을 감당하며 공동선을 추구할 때, 현대 사회의 양극화 역시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교회, 개혁주의 전통으로 돌아와 복음에 근거한 정치적 분별력 가져야

최현범 교수는 “우리 사회는 극한 이념의 갈등 가운데서 양극화의 위기를 겪고 있다”며 “이 땅 위에 빛과 소금으로 보내진 교회야말로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고, 권력에 대한 집착이나 이념에 예속되지 않은 기관으로서 양극화의 갈등을 해소하고, 우리 사회에서 화해를 이루고 평화를 만들어 가야 할 하나님의 선한 도구”라고 했다.

이어 “오늘날 한국교회 정치화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적인 무관심과 무책임을 초래한 정교분리와 복음주의 안에 있는 이원론적 성향”이라며 “이제 교회는 더 이상 정교분리의 자리를 고집하기 말고, 개혁주의 전통으로 돌아와 교인들로 하여금 복음에 근거한 정치적 분별력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공적영역에 관한 복음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고, 그것을 가르치고 나누며 가정과 교회에서뿐 아니라, 사회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며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되게 하는 것”이라며 “그럴 때 한국교회는 양극화의 위기에서 분열과 증오와 대립으로 가득 찬 우리 사회를 치유하면서 화해를 이루는 평화의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행사는 토론 및 질의응답 순서로 마무리됐다.

한편, 앞서 개회예배에서 사무엘상 17장을 중심으로 설교한 김영우 목사(혜림교회 담임)는 “하나님을 조롱하는 공산주의, 동성애 등에서 진정한 애국자가 되어야 한다”며 “우리는 위정자와 그 권세를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이 선한 사람을 인정하고 악한 사람으로 벌 줄 때 지지하고, 반대로 선한 사람을 괴롭히고 악한 자를 등용하려고 할 때 그것이 옳지 않음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다윗의 길, 우리에게 남겨진 축복의 길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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