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에서 한 가톨릭 변호사가 경찰 구금 중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과 로사리오 무리요 부통령 하의 정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쇄 실종과 고문 의혹의 일환으로 보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카를로스 카르데나스 세페다는 니카라과 주교회의의 법률 자문으로 활동하던 인물로, 8월 19일(이하 현지시간) 마나과 자택에서 두 번째로 체포되었다. 12일 뒤인 8월 30일, 그의 가족은 당국에 의해 시신을 식별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동안 그의 행방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엘 파이스(El País)는 보도했다.
카르데나스의 시신은 육체적 고문의 흔적이 보였다고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또 다른 사건인 마우리시오 알론소 페트리(Mauricio Alonso Petri)의 사망 사건과 맞물려 있다.
64세의 페트리는 38일 간의 강제 실종 끝에 시신이 부검소에서 발견되었으며, 그의 가족은 시신을 확인하고 즉시 매장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번 사건은 7월 19일, 오르테가와 무리요가 산디니스타 혁명 46주년을 기념하며 새로운 체포의 물결을 일으킨 이후 발생했다.
‘정치범 인정 기구(The Mechanism for the Recognition of Political Prisoners)’는 7월 19일부터 8월 중순까지 최소 33명이 체포되었으며, 그 중 5건은 전체 가족이 연루된 사건이었다고 보고했다.
특히 8월 12일, 정부가 가톨릭 학교인 ‘산호세 학교(Colegio San José)’를 몰수한 직후, 하급 아동을 포함한 가족 전체가 체포된 사건이 발생했다.
체포된 이들의 가족들은 공공연히 사건을 알리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일부 소식통은 경찰이 영장 없이 가정에 침입하고 연령에 관계없이 체포한다고 전했다. 당국에 항의하거나 질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구금 위협을 당한다고도 했다.
체포된 사람들은 엘 치포떼(El Chipote)로 알려진 법원 감옥에 구금되고 있으며, 고문과 신체적 폭행을 겪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체포된 일부는 전기 충격, 고문, 식사 및 물의 극단적인 제한 등 고문을 당했다고 보고된 바 있다.
니카라과의 30세 의사 예리 에스트라다(Yerri Estrada)의 사례도 주목을 받았다. 에스트라다는 8월 13일, 그라나다 병원에서 체포되었으며, 그의 어머니는 그가 조직적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청색백색국가연합(Blue and White National Unity)의 일원으로, 정권에 대한 반대 활동을 이유로 표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니카라과에는 73명의 정치범이 구금 중이며, 그 중 거의 절반은 정확한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니카라과에서 가톨릭 교회는 정부와의 갈등이 심화된 상태다. 특히 2018년, 연금 개혁을 비롯한 사회보장 개혁을 반대하며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이후, 정부는 교회에 대한 탄압을 강화해왔다. 당시 일부 교회는 학생 시위자들을 보호했으며, 이후 정부의 보복을 받았다.
2019년에는 정부가 ‘라 로카 데 니카라과 교회 협회’의 법적 지위를 취소한 바 있다. 또한, 2023년 3월, 니카라과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했으며, 이는 유엔의 인권 및 종교의 자유 억제를 지적한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였다. 당시 유엔 전문가 아리에라 페랄타(Ariela Peralta)는 니카라과 정부가 자국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니카라과 정부는 NGO에 대한 외국 자금 규제법을 통해 가톨릭 교회와 종교 단체들에 대한 탄압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가톨릭 단체들은 행진 금지, 사제들의 이동 제한, 활동 감시 등을 경험했다고 세계기독연대(CSW)는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