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슬로바키아 정부의 공동 예배 금지 조치를 두고 제기된 야안 피겔 전 유럽연합(EU) 종교자유 특사의 소송을 기각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재판소는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해당 사건을 부적격으로 판단하고 피겔 전 특사가 유럽인권협약상 ‘피해자’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소는 판결문에서 “해당 조치가 피겔에게 어떤 개인적 영향을 미쳤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피겔 전 특사는 2023년 7월, 예배 금지 조치가 개인의 종교 자유에 미친 영향을 상세히 기술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판결 직후 “종교의 자유는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인권 중 하나”라며 “법원이 사건의 실체를 판단하지 않은 채 기각 결정을 내린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공동 예배를 반복적으로 금지한 것은 유럽인권협약을 넘어선 조치”라며 “이번 결정은 좌절이지만, 기본권 수호를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겔 전 특사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슬로바키아 정부가 종교행사를 전면 금지한 데 반발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이번 소송이 단지 자신의 권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유럽 전역의 종교 자유 문제를 조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사로 재직하며 자유가 얼마나 쉽게 위태로워질 수 있는지를 직접 목격했다”며 “EU가 종교 자유를 외부에 홍보하려면 내부에서도 그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국제 종교 자유 옹호 단체인 ‘국제 자유수호연맹(ADF)’의 지원을 받았다. ADF 수석 변호사 아디나 포타루 박사는 “이번 결정은 유럽 전역의 신앙인들과 종교 자유에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법원이 제출된 자료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소송을 각하한 것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절차상 이번 결정은 항소가 불가능하지만, 근본권은 위기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한다”며 “공동 예배는 특권이 아니라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라고 강조했다.
ADF는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스위스, 우간다 등에서도 코로나19 관련 예배 금지 조치에 대한 소송을 지원해왔다.
포타루 박사는 “인권은 압박 속에서도 견고해야 한다”며 “이번 결정이 논쟁의 끝은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신앙을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실천할 권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