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보드 메뉴와 FOMO, 비교 대신 감사와 만족을 배우다

J.존. ©위키피디아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J.존의 기고글인 ‘놓칠까 두려움(FOMO)은 우리 삶의 순간에서 하나님을 지워버리고 우리의 기쁨을 억누른다’(The fear of missing out edits God out of our moments and suppresses our joy)를 최근 게재했다.

J 존은 목사, 연사, 방송인,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개인 팟캐스트인 ‘J.John Podcast’를 운영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필자와 필자의 아내는 그리스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햇살, 바다,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성스러운 의식 속애서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어느 저녁, 점심을 거른 채 배가 고파 호텔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미소 짓는 웨이터가 아라카르트 메뉴를 건네주었다. 메뉴판을 보니 꿀과 타임에 천천히 구운 양고기, 샤프란 향이 스며든 리소토 위에 올려진 구운 새우, 장미수 시럽에 적신 바클라바가 보였다. 우리는 벌써 군침이 돌았다.

그러나 비극이 찾아왔다. "무사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도 전에 웨이터가 메뉴를 확 낚아채 갔다. 사과도, 설명도 없었다. 그냥 요리의 압수였다. 웨이터는 냉정하게 말했다. “잘못된 메뉴입니다. 손님은 하프보드입니다.” 하프보드? 필자에겐 반쪽짜리 환대처럼 느껴졌다. 그리스 요리의 영광 대신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단 한 장의 종이에 인쇄된 하프보드 메뉴였다.

하프보드 메뉴에는 세 코스가 있었고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전채적인 코스에는 “수프.”가 있었는데 섭씨 29도 한여름에, 영국 출신인 필자가 원한 건 수프가 아니라 그늘과 아이스커피였다. 메인 디쉬에는 “생선.”이 있었는데 심지어 어떤 생선인지도 없이 그냥 생선이었고 단수형이었다. 디저트에는 “애플파이.” 그게 전부였다.

그 순간 우리는 하프보드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됐다. 배는 채워주지만 마음은 비워버린다는 것. 다음 두 시간 동안 우리는 잘못 온 결혼식 피로연 하객처럼 앉아 있었다. 파티는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데, 우리 자리는 아닌 것처럼 말이다. 주변 손님들은 구운 농어, 불타는 양고기, 페타 치즈 샐러드를 주문했다. 웨이터들은 접시와 웃음을 나르며 춤추듯 움직였지만, 우리는 정체 모를 메뉴를 씹으며 점점 더 좌절에 빠져갔다.

잠시 후, 웨이터들이 향기로운 요리를 나를 때마다 필자는 마치 BBC 다큐멘터리를 찍는 데이비드 애튼버러처럼 중얼거렸다. “여기 보이는 장엄한 양고기 정강이, 쿠스쿠스 위에 우아하게 내려앉습니다. 그러나 7번 테이블의 하프보드 손님들만 빼고요. 그들은 침묵 속에 앉아, 자신들의 선택을 후회하며….” 그리고 뜻밖의 감정이 몰려왔다. FOMO(‘놓칠까 두려움)이었다. 이번엔 SNS가 아니라 음식 때문이었다. 속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존재론적 위기였다.

필자의 아내는 “괜찮아. 그냥 음식일 뿐이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필자는 괜찮지 않았다. 하프보드, 그리고 완전히 씁쓸했다. 민주주의의 발상지에 앉아 있으면서도 디저트를 고를 권리조차 없는 심정이었다.

FOMO란 무엇인가?

FOMO는 2000년대 초 SNS 시대에 생겨난 표현으로, 다른 누군가는 최고의 삶을 살고 있는데 자신만 소외된 것 같은 불안감이다. 다른 사람은 몰디브에서 스쿠버다이빙, 토스카나에서 승마, 지중해 요트 여행을 드론으로 촬영하고 있는데, 나는 전날 파스타를 데워 먹으며 그 장면을 스크롤하고 있는 것이다.

FOMO는 삶이 다른 사람을 끌어안는 동안 자신은 옆에서 코트를 들고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FOMO의 본질: 시기

사실 FOMO의 밑바탕에는 오래된 감정, 바로 시기가 있다. 질투는 내가 가진 것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시기는 남이 가진 것을 내가 갖지 못해 생기는 원망이다. FOMO는 디지털 시대의 시기다. “왜 그들은 되고 나는 안 되나?”라는 속삭임이다. 성경은 시기를 이렇게 묘사한다. “마음의 화평은 육신의 생명이나, 투기는 뼈를 썩게 하느니라.” (잠언 14:30)

FOMO의 증상에는 ▲다른 사람의 식탁만 바라보느라 자기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순간으로 자기 가치를 재단한다 ▲인스타그램을 열자마자 감사가 사라진다가 있다.

FOMO의 해독제: 감사와 만족

복음은 다른 시선을 제시한다. 감사는 “내가 가진 것은 선물이다.”라고 말한다. 만족은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라고 말한다. “경건한 마음에 자족하는 것이 큰 이익이니라.” (딤전 6:6), “범사에 감사하라.” (살전 5:18), “나는 어떤 형편에든지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빌 4:11) 감사를 실천하면 시기는 숨을 잃고, 만족을 붙들면 FOMO는 사라진다.

하프보드에서 배운 지혜

그리스의 하프보드에서 필자가 배운 것은 이것이다. 시기는 하나님을 순간에서 지워버린다. 나는 없는 것에 몰두하느라, 이미 주어진 선물을 놓칠 뻔했다. 아내와 그리스에서 겪은 이 경험은 십 년 뒤에도 웃으며 떠올릴 추억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하늘에서 주신 교훈을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의 접시만 보지 말고 내 앞에 앉은 이를 봐야 하는 것이다. 만족은 메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선하심이 제한된 메뉴가 아님을 신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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