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북한군 쿠르스크 파병은 김정은 위원장 주도” 첫 공식 언급

김정은, “양국 조약에 따른 협력… 형제적 의무 다할 것” 답변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북한 병사들의 쿠르스크주 파병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도에 따른 것이라고 직접 밝혔다. 그동안 러시아 측의 요청인지, 북한 측의 제안인지 불분명했던 문제를 푸틴 대통령이 모두 발언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열병식 이후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김 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국무위원장 동지의 ‘발기’에 따라 조선 군인들이 쿠르스크주 해방전에 참전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때 사용된 ‘발기’라는 표현은 러시아어 ‘주도(initiative)’를 통역한 것이다. 그는 이어 “조선 전사들이 용감하게 싸웠으며, 러시아 인민은 희생한 열사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신나치에 반대해 함께한 것에 대해 러시아 인민을 대표해 사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북한군 파병에 대한 양국 정상의 첫 공식 확인으로 주목된다. 외교가에서는 러시아의 요청설과 북한의 자발적 지원설이 맞섰지만, 푸틴 대통령의 직접 발언으로 북한 주도의 성격이 드러난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언급에 직접적인 반론을 제기하지는 않았으나, 파병이 양국 조약에 따른 정당한 협력임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체결된 조약 이후 양국은 여러 방면에서 협조가 현저히 강화됐다”며 “조약의 틀 안에서 러시아 군대와 인민과 함께 투쟁한 것을 평가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러시아와 러시아 인민을 위해 형제적 의무로 감당해야 할 일이 있다면 모든 것을 다해 돕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양국 협력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며 인민 복리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며 “앞으로 협력을 강화해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담을 마무리하며 “바쁘신 일정에도 함께해주신 대통령 동지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담은 순차 통역으로 진행됐으며, 두 정상의 발언은 모두 외부에 공개됐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군 파병이 김 위원장의 주도였음을 명시한 것은 국제사회에 중대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조약과 협력의 틀 안에서 정당성을 부각시키며 양국의 긴밀한 관계를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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