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내 최대 규모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새 집행부를 선출하며 3개월간의 비상 체제를 마무리했다. 지난 6월 기존 집행부 전원 사퇴 이후 공석이었던 지도부가 이번 선거를 통해 새롭게 구성된 것이다.
전삼노는 지난달 20일부터 2일 오후 1시까지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 4기 집행부 선거에서 한기박 기흥지부장(기호 1번)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의 러닝메이트인 우하경 조합원은 수석부위원장, 이윤경 조합원은 사무국장으로 각각 당선됐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30분 공식 취임했다.
이번 선거는 당초 지난달 27일 종료 예정이었으나, 투표율이 최소 기준인 50%에 미치지 못하면서 6일간 연장됐다. 개표 결과 한 위원장은 경쟁 후보였던 김의신 평택대의원(기호 2번)과 5% 미만의 격차로 당선돼 접전 양상을 보였다.
한 위원장은 후보자 토론회에서 “성과급, 임금, 복지 등 조합원들의 주요 관심사에 합리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과급 제도 개선과 임금 인상 문제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삼성전자 노사 협상에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새 집행부는 지난 6월 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출범한 ‘성과급 개선 TF’와 ‘선택적 복리후생 TF’의 논의를 사측과 이어가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전삼노는 이미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의 한도 폐지와 목표달성장려금(TAI) 상향을 요구한 상태다. OPI는 회사가 집행하는 설비투자를 초과하는 이익이 발생해야 지급되는 구조로, 현재는 연봉의 50%로 한도가 설정돼 있다. 전삼노는 이 한도를 해제해 별도의 제한 없이 성과급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TAI 상한선을 현행 기본급의 100%에서 150%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사측은 이 같은 요구안을 검토 중이며, OPI와 TAI 지급률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삼노는 9월 1일 기준 조합원 수가 2만8679명으로 이전보다 줄어든 상태다. 이는 전임 집행부가 임금 단체협약의 세부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조합원들의 불신이 커진 결과로 해석된다. 결국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SK하이닉스 노사가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선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0%를 인센티브 재원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삼성전자에도 영향을 미쳐 전삼노가 유사한 요구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