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아닌 가족… 그들의 변화된 모습, 돌봄 사역의 원동력”

교회일반
인터뷰
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인터뷰] ‘노숙인 돌봄 사역’ 박반순 일어나빛을발하라교회 담임목사
노숙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노형구 기자
노숙인들이 짜장면을 먹고 있다. ©노형구 기자

서울역 근처 동자동 쪽방촌 인근에 위치한 ‘일어나빛을발하라교회’(담임 박반순 목사)에선 매주 월·수마다 노숙인들이 찾는다. 박반순 목사와 이 교회 권사·집사 등 중직자들이 제공하는 무료 짜장면을 먹기 위해서다.

28일 오전에 방문한 교회에선 노숙인들이 짜장면을 먹기 전 예배를 드렸다. 이날 예배에서 열왕기하 4장을 갖고 설교한 배중렬 전도사는 “엘리사와 과부의 기적 이야기가 여러분들에게 현실이 되려면 먼저 불평보다 현재에 감사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반순 목사님의 ‘족하다’는 고백에서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입히시고 먹이신 기적을 베풀어 오셨다”고 전했다. 배 전도사에 이어 강단에 선 박반순 목사는 “여러분들은 하나님의 귀한 아들과 딸”이라며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히 살라”고 격려했다.

이날 예배 이후 노숙인들을 위해 짜장면을 만들고 돌리는 자원봉사자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최근 짜장면을 뽑다가 기계에 손가락이 빨려 들어간 사고를 겪은 박 목사는 “뼈가 다 보이고 피가 쏟아질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었는데 많은 이들의 중보기도로 하나님의 은혜로 회복됐다”며 “의사는 기적이라고 표현했다”고 했다.

교회 주방에서 장우만 집사는 박 목사와 함께 짜장면을 만들고 있었다. 장 집사는 한 때 노숙인이었다가 박 목사의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는 자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면을 삶는 솥에서 물이 끓어올라 넘치자 급하게 찬물을 끼얹고 면을 개수대에 옮겨 찬물로 힘차게 비볐다. 그러면서 “주는 기쁨이 받는 기쁨보다 크다”고 고백했다.

 장우만 집사.©노형구 기자
박반순 목사.©노형구 기자

박반순 목사는 지난 2023년부터 일어나빛을발하라 교회를 단독 개척해 현재까지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이전부터 박 목사는 고 유수영 목사와 함께 민족사랑교회를 설립하고, 서울역 동자동 쪽방촌 등지에서 노숙인 돌봄 사역을 시작했다고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거리로 내몰려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실직자들을 먹이고 입히기 위해서였다. 유수영 목사는 건설회사에서 일하다 41세에 목사안수를 받고 25년간 노숙인들을 돌봤다가 지난 2019년 소천했다. 박 목사에게 스승과 같은 존재다.

박반순 목사의 곁엔 남편 안택인 장로가 있었다. 감신대 70학번 출신인 그녀의 전도로 안 장로는 불신자에서 초신자로, 그리고 현재 노숙인들을 돕는 박 목사의 동역자로 활동하고 있다. 안 장로는 “재활용센터에서 근무하며 번 돈으로 노숙인 돌봄 사역 비용에 충당하고 있다”고 했다.

노숙인 돌봄 사역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할 수 있으나, 안 장로는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하나님이 채워주셨다”고 고백했다. 짜장면을 다 먹고 노숙인들이 50원·100원씩 헌금한 액수가 십시일반 모여 교회 창립시 투입된 대출금도 갚았다고 한다. 노숙인들은 박 목사를 엄마라고 부른다.

박반순 목사는 “노숙인이 아닌 가족이라고 부르고 싶다”며 “그간 많은 이들이 직업을 찾고 등 자립을 하며 변화했다. 그들의 변화된 모습이 이 사역을 지속하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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