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기, 단순한 보충서 아닌 성경의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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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요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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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음주의구약신학회, ‘역대기를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주제 학술발표회 개최
한국복음주의구약신학회 제14차 구약과 목회와의 만남 세미나 및 제55차 학술발표회 진행 사진. ©한국복음주의구약신학회 제공

한국복음주의구약신학회(회장 유선명)가 21일 오후 백석대학교 서울캠퍼스 교육동에서 ‘역대기를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제14차 구약과 목회와의 만남 세미나 및 제55차 학술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전용호 박사(오류동남부교회·총신대)가 ‘역대기에 나타난 다윗의 신앙: 언약궤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 역대기, ‘역사성·문예성·신학성’ 관점에서도 탁월

전용호 박사는 “역대기는 오랜 기간 동안 성경 속에서 제 역할과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 책으로 평가돼 왔다”며 “앞선 역사서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을 모아둔 보충 자료집 정도로 취급받으며 학문적·신앙적 관심에서 한 발 비켜나 있던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칠십인경에서 역대기에 붙여진 제목, 곧 ‘빠진 것들’(leftover)이라는 의미에서 잘 드러난다. 이는 역대기가 본래부터 주변부적인 성격을 띠는 책으로 여겨졌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간 학계의 연구가 진척되면서 역대기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며 “연구자들은 역대기 안에서 구조적·주제적 통일성과 문예적 완성도를 확인해냈으며, 이를 통해 역대기가 단순히 짜투리로 남겨진 기록이 아니라 구약성경의 마지막에 자리할 만한 종결자적 의미를 지닌 책이라는 평가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전 박사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역대기는 단순한 보충서가 아니라, 성경의 피날레로서 유대 전통 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역대기를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 곧 역사성·문예성·신학성의 기준에서도 최근 연구는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며 “역대기는 신학적·문예적 탁월성뿐 아니라 역사적 신뢰성에 있어서도 우리는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표적인 사례로 ‘히스기야의 수로’가 있다. 열왕기에서는 이 사업이 간단히 언급되었지만, 역대기는 이를 자세히 기록했다. 과거 일부 학자들은 이 상세한 기록을 사실성을 부풀리려는 과장된 서술로 간주했다”며 “그러나 실제 발굴을 통해 기적 같은 고대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지하 수로가 발견되면서, 역대기의 기록이 단순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례는 역대기의 역사적 신뢰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로 자리 잡았다”며 “성경은 역사적 사실 위에서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에, 그 기록은 오늘날 하나님의 백성들에게도 현실적인 교훈과 등불이 된다”고 설명했다.

◆ 역대기, 성전·예배 강조… 그 이면에 ‘하나님의 뜻에 순종’ 본질적 메시지 담아

그는 “역대기는 성전 건축과 성전 예배의 중요성을 풍부한 내용으로 전한다. 다윗이 성전 건축을 준비하고 헌신하는 모습은 성전과 예배가 유대 신앙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보여준다”며 “그러나 역대기의 관심이 단순히 제의적 형식에 머물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다윗은 예배 그 자체에만 목숨을 건 인물이 아니었다"며 "그에게 성전은 하나님의 임재 앞에 나아가 뜻을 깨닫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출발점이었다”며 “다시 말해 다윗의 신앙은 제의 자체보다 하나님의 뜻에 대한 순종, 삶의 예배로 이어지는 산 제사를 핵심으로 삼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언약궤와 관련된 본문에서 이러한 신앙의 본질이 잘 드러난다”며 “다윗은 왕위에 오른 직후 언약궤를 옮겨오는 일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했는데, 이는 단순한 종교적 형식이나 제의적 장치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살아계신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다윗에게 성전은 언약궤를 모시는 집이자, 하나님의 뜻을 묻고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이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처럼 역대기는 성전과 예배를 강조하면서도, 그 이면에 하나님의 뜻에 대한 순종이라는 본질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역대기의 신앙적 핵심은 삶의 산 제사, 곧 순종의 예배에 있다. 성전과 제의에 집중하여 자칫 다윗 신앙의 본질을 놓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이날 발표에는 ▲황선우 박사(총신대)가 ‘아마샤 기사를 통해 본 역대기 평행본문 조화롭게 읽기’ ▲안석일 박사(총신대)가 ‘역대기에서 유다의 선한 왕과 악한 왕에 대한 묘사에 나타난 특징: 아하스에서 요시야까지’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역대기 아마샤 기사, 신학적 의도 뚜렷

황선우 박사는 “열왕기와 역대기의 아마샤 기사를 비교한 결과, 역대기 저자가 단순한 역사 서술을 넘어 신학적 목적을 드러냈다”며 “역대기 저자가 인과관계와 보응 사상을 강조하며 열왕기에 없는 기록을 추가하거나 수정했다”했다.

이어 “아마샤가 에돔 신을 섬긴 것이 패배와 죽음의 원인으로 제시되며, 묘지가 ‘다윗 성’에서 ‘유다 성읍’으로 바뀐 것도 죄에 대한 보응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며 “또 단어 수정과 인물 추가를 통해 아마샤의 교만과 어리석음을 부각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역대기 저자는 남유다의 정통성을 옹호하는 방향에서 기록을 구성했으며, 이를 통해 역대기가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라 신학적 메시지를 담은 저술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 역대기, 선한 왕과 악한 왕의 교차 속 하나님의 메시지 드러내

안석일 박사는 “역대기에 나타난 선한 왕과 악한 왕의 교차 서술이 유다 왕국의 불안정한 시기를 반영한다”며 “아하스에서 히스기야로, 므낫세에서 요시야로 이어지는 왕들의 계보가 경건한 통치와 불순종이 번갈아 나타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러한 불안정함은 요시야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막을 내리고 결국 유다 왕국의 멸망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서술이 역대기의 핵심 구절인 역대하 7장 14절의 어휘와 맞닿아 있다”며 “해당 구절은 고난의 때 백성이 겸비하여 기도하고 하나님을 찾으며 악에서 돌이키면 하나님께서 응답하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역대기에는 이러한 어휘와 대조되는 용어를 사용하여 하나님의 처벌을 가져오는 경우도 여럿 있다”며 “역대기 저자는 하나님 찾는 것과 스스로 겸비하는 것에 대조되는 ‘버리다, 버리다’와 ‘불충실하다’라는 용어의 사용을 통해 하나님의 처벌의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역대기 속 왕들의 행적은 하나님께 순종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결과를 분명히 대비시킨다. 경건함과 순종은 성공과 번영, 건축 사업의 성취, 전쟁의 승리, 그리고 대중의 지지를 가져왔다”며 “반면에 하나님을 버리고 불충실하게 행한 경우 군사적 패배, 백성의 이탈, 그리고 이방과의 동맹으로 인한 심판이 뒤따랐다”고 했다.

아울러 “역대기는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한 행동이 곧 멸망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며 “왕들의 교차된 행적을 통해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한편, 행사는 김윤희 박사(본회 증경회장, 횃불신대 6대 총장)를 좌장으로 한 패널토의 순서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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