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새 정부의 추가경정예산과 한미 관세 합의로 내수와 수출의 불안 요인은 일부 완화됐지만, 건설투자의 급격한 악화 가능성이 성장률 상향을 가로막았다.
KDI가 12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5월 보고서와 동일한 0.8%로 유지됐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1%에서 1.3%로, 상품수출은 -0.4%에서 1.2%로, 설비투자는 1.7%에서 1.8%로 소폭 상향 조정됐다. 취업자 수 증가 전망도 9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높아졌다. 총수출은 2.1%, 총수입은 1.2% 증가하고, 경상수지는 1,060억 달러 흑자가 예상된다.
민간소비 전망 상향은 2차 추경 예산 등 소비진작책의 효과를 반영한 것이며, 수출 전망 상향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 회복과 상반기 선제적 수출 효과를 고려한 결과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추경이 성장률을 약 0.1%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며 추가 재정 투입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한미 관세 합의는 통상 불확실성을 줄였지만, 수출 증가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총괄은 “관세 협상 결과 평균 관세율은 5월 전망과 큰 차이가 없다”며 수출 상향 조정의 주된 원인은 반도체 경기 회복과 선제적 수출 효과라고 밝혔다.
반면, 건설투자 전망치는 -4.2%에서 -8.1%로 대폭 하향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정상화 지연, 대출 규제 강화, 건설 현장 안전사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2026년) 성장률은 1.6%로 전망됐다. 민간소비는 1.5% 증가가 예상되지만, 수출은 하반기 관세 인상 영향으로 0.6%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건설투자는 건설수주 회복 효과로 2.6% 증가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 2.0%, 내년 1.8%로 제시됐다.
KDI는 미국발 관세전쟁과 국내 부동산 PF 시장 불안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미국이 중국·브라질·인도 등과의 통상 갈등을 심화시키거나 반도체 관세를 대폭 인상할 경우, 우리 수출에 큰 하방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적으로는 PF 시장 정상화 지연이 건설업체 재무건전성 악화와 공사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