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대학생 고연수 씨가 뉴욕 이민법원에 출석한 직후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기습 체포돼 구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성직자인 어머니를 따라 합법적인 체류 신분으로 미국에 거주하던 고 씨의 구금 소식에 종교계와 이민자 권익 단체, 한인 사회가 즉각 반발하며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합법 체류 중 기습 체포
한국 국적인 고연수 씨는 2021년 3월, 성공회 사제인 어머니 김기리 신부와 함께 R-2 비자를 통해 미국에 입국했다. 뉴욕주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퍼듀대학교에 입학해 현재 2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었으며, 2023년에는 미국 이민국으로부터 체류 연장을 승인받아 2025년 말까지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 7월 31일, 체류 연장과 관련된 청문회에 참석한 고 씨는 심리 일정이 10월로 연기된 직후, 법정을 나서던 도중 ICE 요원 5명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현재 고 씨는 맨해튼 ICE 구금시설에 수감돼 있으며 면회나 보석도 허용되지 않은 상황이다. 구금 이후 다른 지역의 이민자 수용시설로 이송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고 씨 측은 ICE가 체류 신분 종료를 잘못 해석한 결과라며, 부당한 법 적용과 적법 절차 위반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ICE는 이민법원에 출석한 이민자를 영장 없이 현장에서 체포하는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과도한 권한 행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연방정부와 시민단체 간 해석 충돌
미 연방정부는 이민법원 청사가 공공장소라는 점을 들어, ICE가 별도의 영장 없이도 체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이 같은 단속 방식이 위헌이라며, ICE의 행위가 정당한 법적 절차를 침해한다고 보고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고 씨의 어머니 김기리 신부는 기자회견에서 "갈아입을 옷과 안경을 준비해 면회를 시도했지만 거부당했고, 어디로 이송되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밝히며, "이민자 보호 활동을 해왔지만 정작 내 가족이 단속 대상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종교계와 지역사회, 일제히 반발
8월 2일, 성공회 뉴욕 교구를 비롯해 뉴욕이민연대, 종교간 협력센터 등은 맨해튼 ICE 연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과 기도회를 열고 고 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매슈 헤이드 성공회 주교는 "지금의 이민 정책은 혼돈과 잔혹함을 요체로 하고 있다"며 "성직자 가족이 부당하게 구금되는 현실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교구의 마리사 시폰테스 신부는 "망명이나 영주권 심리를 위해 법정을 찾은 이들이 구금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모든 사람은 적법 절차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인사회도 즉각 반응했다. 이명석 뉴욕한인회장은 "오늘 또 한 명의 한인 학생이 부당하게 체포돼 구금됐다"며 "현 미국 정부의 이민 정책은 인권 침해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인 단체들과 연대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고 씨의 석방을 요청하는 공문을 당국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복되는 한인 체포 사례
이번 사건은 최근 한인 사회에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체포·구금 사례 가운데 하나다. 지난달에도 한국 출신 영주권자인 김태흥 씨가 동생 결혼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귀국 과정 중 체포돼 수일간 억류됐다. 김 씨는 텍사스 A\&M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라임병 백신을 연구하던 인물로 알려졌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고 씨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ABC7 뉴욕 방송은 "또 한 명의 이민자가 비자 심리를 마친 직후 ICE에 체포됐다"며 "이번 사건은 토요일 시위로 이어졌고, 연방정부에 조치를 중단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개인 구금을 넘어, 미국 내 이민 정책 전반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종교계와 인권 단체들은 ICE의 단속 방식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체류 신분 해석 기준의 명확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