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적인 것에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 자유를, 모든 것에 사랑을”-멜데니우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 총무 선출을 앞두고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모두 한국교회의 에큐메니칼 신앙의 고백이며 한국 사회와 교회를 향한 진심어린 마음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 모든 생각과 마음들이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선하고 아름다운 뜻과 직무로 세워져 가는 일련의 과정이 에큐메니칼 신앙의 중요한 여정임을 고백합니다. 감리회 에큐메니칼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이번 총무 선출에 대해 입장을 밝힙니다. 특별히 감리회 총무 후보 추천에 대한 오해가 있어 이에 대해 위원회의 설명을 담았습니다. 너른 마음으로 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1. 총무 선출의 역사를 되짚어 보며 한 걸음 나아가겠습니다.
지금 주변에 알려진 순번제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부분 사실과 다릅니다. 교회협 총무는 여러 번 경선을 거쳐 선출되었습니다. 교회협의 총무 경선은 사회에서 치러지는 경쟁과 같은 선거가 아닙니다. 경쟁상대를 이기기 위해 음해하거나 공격하는 선거와 다르게, 에큐메니칼 신앙정신을 이어갈 총무를 세우기 위해 숙고하며 선택해 왔습니다. 교회협의 총무 경선은 오랫동안 쌓아온 민주주의의 유산이며 이를 통한 일치는 더욱 성숙한 에큐메니칼 전통을 만들어 왔습니다. 1951년 이후 지금까지 11명의 총무 가운데 2명이 감리회 소속이었습니다(예장 5명, 기장 4명). 11번의 총무 선출 중 6번은 경선을 통해 선출했습니다. 지난번 이홍정 전 총무 선출에는 경선이 없었고 이 전 총무의 잔여임기를 채우는 김종생 총무의 경우 경선 없이 추천, 선출되었습니다.
순번제(윤번제)는 총무선출의 과열을 막기 위한 장치로 분명 존중되어야 합니다만 순번을 통해서 총무가 내정된다는 것이 오히려 에큐메니칼 신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 아닌가 돌아봅니다. 더욱이 특정 3개 교단이 순번으로 돌아가며 총무직을 수행한다는 한계가 분명한 구조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신앙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지금 총무선출을 앞두고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더 일찍 자성을 통해 부적절했던 방식을 개선했어야 합니다. 안일했던 모습을 반성합니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우리 모습을 자성하며 한 걸음 나아가려 합니다. 오늘 교회협에 필요한 총무 후보를 내고자 하는 진심을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2. 송병구 목사는 감리회 에큐메니칼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입니다.
에큐메니칼 신앙전통은 소속 교단 모두가 그렇듯 감리교회의 분명한 신앙고백입니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총무를 추천한 것이 아닙니다. 감리회 에큐메니칼위원회는 지금 감리회와 한국교회가 당면한 어려움을 헤쳐나갈 진실한 일꾼임을 믿으며, 송병구 목사를 교회협 총무로 추천하였습니다. 항간에 특정교회, 개인의 이익을 위해 송 목사를 내세운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오늘 우리 교회가 그런 모습으로 비쳐졌기에 떠도는 소문임을 짐작합니다. 이 또한 현실이기에 뼈아프게 반성합니다. 다만, 이러한 소문이 선거에 이용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과 다른 무례한 낭설이 사실처럼 인식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리회 에큐메니칼 위원회가 송병구 목사를 후보로 추천한 것은 이제껏 살아온 삶과 지금 에큐메니칼 신앙인으로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있으며 향후 교회연합 운동을 발전시킬 역량과 비전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송병구 목사는 1985년 목회를 시작한 이래 한 번도 연합운동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지난 40년 고난받는 이들과 동행했고 실제로 고난을 감당하며 그 신앙의 직무를 다했습니다. 특별히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가슴에 안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해와 통일을 위한 일을 감당해 왔습니다. 그 역사가 ‘지역NCC전국협의회 회장’, ‘교회협 화해통일위원장’을 맡게 된 모습이었습니다.
송병구 목사는 교권주의나, 순수하지 않은 교단정치에 휘둘리는 인물이 아닙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에큐메니칼 신앙의 직무를 위임받은 에큐메니칼위원회가 추천하는 공식후보입니다.
3. 함께 고민하고 이겨내는 일도 에큐메니칼입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존 웨슬리의 복음적 에큐메니칼 전통 위에 아펜젤러 선교사로부터 시작하여 양주삼 초대 총리사, 윤치호, 신흥우, 전덕기, 최용신 등 에큐메니칼 지도력을 꾸준히 배출해 왔습니다. 일제강점기 복음전도와 함께 교육, 의료, 사회복지 등을 통해 직무를 감당해왔고, 권위주의·독재시대에 신앙의 양심을 지키며 민주화에 힘을 보태며 이후 화해와 평화통일 운동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협의 사역을 포함해 감리회 에큐메니칼 신앙운동은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을 부정하는 보수세력의 공격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감리회 내부의 문제를 교회연합운동의 장으로 끌고 와서 총무 선출에 영향을 주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을 받습니다. 아프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에큐메니칼 연합운동이라는 표현 그대로 한 교단의 문제는 모두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연합한다는 것은 서로의 부족함을 돌보며 한뜻을 펼쳐간다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늘 감리회가 처한 어려움이 비단 감리회만의 어려움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때에 ‘각자 문제는 각자가 알아서 하라’는 태도가 굳어진다면 연합운동은 더욱 힘을 잃어가게 될 것입니다. 좀 더 진실하고 적극적으로 연합하여 함께 고민하고 헤쳐가면서 에큐메니칼 직무를 감당하고자 합니다.
감리회는 지금까지 교회의 일치와 연대를 포기하지 않고 에큐메니칼 운동에 헌신해 왔습니다. 지금 잠시 힘겨운 시절을 맞이하고 있지만 존 웨슬리와 헨리 아펜젤러의 에큐메니칼 정신과 전통, 유산을 이어받아 회원 교단과의 일치와 연대를 통해 교회협의 일원으로 맡겨주신 거룩한 직무에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생각이나 발걸음이 조금씩 다를지라도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존 웨슬리, ‘보편적 정신’)
2025. 8. 4.
기독교대한감리회 에큐메니칼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