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법과 가이사의 법(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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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헌제(한국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죄를 범하거든 권고하라”(마 18:15-17, 딤전 5:20)

서헌제 박사(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예수님은 “네 형제가 죄를 범하거든 가서 너와 그 사람과만 상대하여 권고하라”고 하시며, 듣지 않거든 한두 사람을 동반하고, 또 듣지 않거든 교회에 말하라고 명하셨다. 최종적으로 교회의 권고마저 거부할 경우, 그를 “이방인과 세리와 같이 여기라”(마 18:15–17)고 하셨다. 사도 바울도 “범죄한 자들을 모든 사람 앞에서 꾸짖어 나머지 사람들로 두려워하게 하라”(딤전 5:20)고 하여 공개적인 권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교회의 거룩함을 지키고, 죄에 빠진 지체를 회복시키며, 전체 공동체를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권징의 원리이다.

종교개혁자 칼빈은 이러한 권징을 교회의 본질적 표지로 보았다. 그는 순수한 말씀 선포, 성례의 정당한 시행, 그리고 권징의 실행이 참된 교회의 세 가지 표지라고 강조하였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도 제30장에서 권징의 제도화와 그 목적,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였다. 오늘날 많은 교단들이 이를 계승하여 헌법에 권징편을 두고, 죄과의 종류, 징계 수단(견책부터 출교까지), 절차 등을 체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교회는 권징을 통해 영적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듯, 국가 역시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통해 사회 질서를 유지한다. 그러나 양자의 방식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교회의 권징은 영적 권면과 교제 단절(출교) 등의 수단을 사용하는 반면, 국가는 벌금, 징역, 심지어 사형에 이르기까지 물리적 강제력을 동원할 수 있다. 또한 교회 권징은 죄인을 회개와 치유로 이끄는 데 목적을 두는 반면, 국가는 응보와 억제를 주된 목표로 삼는다.

기독교인은 로마서 13:1–4의 말씀에 따라, 하나님의 위임을 받은 국가의 공권력에도 순복해야 한다. “권세는 하나님의 사역자요, 악을 행하는 자에게는 진노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도행전 5:29에서 말하듯, 국가의 명령이 하나님의 뜻에 명백히 반할 경우, “사람보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과거 전근대적 국가에서의 기독교 탄압과는 달리 오늘날 민주화된 국가에서는 인간중심주의, 휴머니즘을 내세워 국가형벌권이 기독교인의 신앙양심과 충돌하기 때문에 그 ‘명백성’이 뚜렷하지 않다.

‘차별 없는 세상의 구현’이라는 깃발을 내세운 차별금지법이 실현될 경우 동성애가 성경적 진리에 반한다는 비판, 이단‧사이비 종교에 대한 비판이 소수자에 대한 차별로 처벌받게 될 것이다. 이미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는 유럽 등지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극복을 이유로 한 정부의 집합제한 명령을 거부하고 현장예배를 강행한 일부 목회자들과 교인들에게 부과된 벌금형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오늘날 권징은 개교회 차원에서 거의 시행되지 않는 게 현실이며, 오히려 교회 권력을 유지하거나 반대자를 제거하는 도구로 악용되는 경우까지 있다. 그러다 보니 교회나 교단의 권징에 불복해서 국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정교분리 원칙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법원은 일반적으로 교회의 권징에 대해 그 당부를 판단하지 않으며, 이를 교회 내부의 자율적 영역, 즉 종교의 자유로 존중한다. 즉, 권징은 교리 확립과 신앙 질서 유지를 위한 종교적 행위로 간주되기에, 국가 사법권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권징이 중대한 절차적 하자를 갖거나 사회적 정의 관념에 명백히 반하는 경우에는 법원이 개입하여 그 당부를 판단한다. 실제로 근래 한 사례에서는, 문화재보존지구 내 교회 철거를 결정하고 수용 보상비를 받은 담임목사를 ‘교회 재산을 사리사욕으로 처분했다’는 이유로 징계한 권징이 사회적 정의 관념에 명백히 반한다는 이유로 무효라는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결국 권징은 교회의 거룩함을 지키는 성경적 제도이지만, 오용될 경우 교권을 강화하고 진리를 외치는 소수자를 억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죄를 범한 자에게 먼저 권고하고, 듣지 않으면 교제에서 제외하라는 권징의 원리를 지혜롭고 정당하게 적용하는 것이 교회 공동체의 순결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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