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최근 담화에 대해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입장을 밝히면서, 경색된 북미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날지 주목되고 있다.
태미 브루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시민의 평화와 번영, 정상적인 삶을 위해 누구와도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의 기조를 계승하는 입장으로, 과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전례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전날 발표한 담화에서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 출로를 모색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취임 이후 북한이 처음으로 대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북미 간 새로운 접촉의 단초가 마련될 수 있다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김 부부장이 언급한 두 정상 간 관계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오갔던 친서 외교와 정상회담에 기반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언급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을 넘어 실질적인 대화 가능성의 문을 여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브루스 대변인은 북미 관계 향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며, "대통령과 다른 국가 지도자 간의 관계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은 백악관에 문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국무부 차원의 입장과 백악관의 대응을 구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 싱가포르, 베트남 하노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총 세 차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에서는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 성명이 발표됐으나, 이듬해 하노이에서의 회담은 제재 해제와 비핵화 조치 간 이견으로 결렬됐다. 이어진 판문점 회동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은 없었다.
올해 재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해 왔다. 그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보유한 지도자"라는 점을 언급하며,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