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종목당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양도세가 면제되는 반면, 국내 투자자에게만 세금이 부과되는 구조에 대해 "국민 역차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장중 3,240선을 돌파하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 매수세와 풍부한 유동성, 상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지만, 이번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논란이 시장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쟁점의 핵심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대주주 요건 하향 조정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이던 2023년 12월에 종목당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기준이 완화됐지만, 이를 다시 종목당 10억 원으로 되돌리는 방안이 당정 협의를 통해 추진되고 있다. 여당은 이를 "조세 정의 복원"으로 명명하며 윤 정부의 '부자 감세' 기조를 수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실질적인 세수 확보 효과는 미미한 반면,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 압박을 높이고 외국인 중심의 공매도 확대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자본시장의 건전한 확대보다는 세금 부담만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한 개인 투자자는 "부동산 중심의 자산을 주식시장으로 옮기려는 시점에 세금부터 늘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오히려 역행하는 조치"라며 "양도소득세보다는 거래세 인하, 장기 보유자에 대한 세제 혜택, 상장기업 투자 유도 등의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연말 양도세 회피를 위한 대규모 매도세는 결국 지수 하락과 개별 종목 주가 급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1,400만 개인 투자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안기는 역진적인 조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제시하는 세수 확보 효과에 대한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근거조차 부족하다"며, 국민에게 세금 부담을 전가하려면 그에 합당한 데이터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제 개편 방향은 여당이 내세운 '코스피 5000' 비전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은 지난달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를 발족하며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양도세 기준 강화는 투자심리 위축과 수급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권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 종목당 10억 원 기준이 적용됐던 시기에도 외국인 공매도 세력은 대주주 회피 매물을 선제적으로 공략해 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에 따라 '국부 유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양도세 회피 목적의 매도 물량은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단기적인 수급 충격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이익 규모가 큰 업종이나 우량주는 양도세 부담이 커지는 만큼 집중 매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실제 입법까지 이어질 경우, 국내 증시의 투자 환경과 개인 투자자의 투자 행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치권과 정부의 보다 신중한 접근과 실효성 있는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