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북서부서 풀라니 무장세력, 기독교인 5명 살해·110명 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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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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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두나주 중심으로 무차별적 납치·방화·살해 이어져... 교회 공격은 계속, 국제사회 우려 확산
나이지리아 베누에 주 구마 카운티 옐와타에서 마을 주민들이 풀라니 목동의 기독교인 학살에 항의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무관) ©기독일보 DB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나이지리아 북서부 카두나(Kaduna)주 카주루(Kajuru) 지역에서 무장한 풀라니(Fulani) 유목민들이 기독교인을 상대로 또다시 잔혹한 공격을 감행했다고 1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11일 오후 3시 30분경, 풀라니 무장 세력은 캄파니(Kampani) 마을의 복음주의교회(ECWA)에서 진행되던 성경공부 및 기도회 도중 기습 공격을 벌여 5명을 살해하고 3명을 중상시켰다.

CDI는 당시 피해자들은 모두 예배에 참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 주민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카주루와 인근 카치아(Kachia) 지역의 많은 마을은 매일 공포 속에 살고 있으며, 집에서 잠도 자지 못하고 농사조차 포기한 상태"라고 전했다.

해당 지역은 올해 상반기 동안 110건 이상의 납치 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피해 지역은 대부분 기독교인이 거주하는 바우다(Bauda), 웅그완 야시(Unguwan Yashi), 웅그완 물키(Unguwan Mulki), 마키알리(Makyali), 웅그완 무디 도카(Ungwan Mudi Doka), 웅구와 로고(Unguwar Rogo) 마을 등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28일 새벽 1시경에는 바우다 마을이 급습당해 쿠파나(Kufana) 구역장 오바다이아 이구다가 납치됐다. 지역 대표 스티븐 마이코리는 "이 같은 폭력은 주민들의 일상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며 "이 사건은 수많은 납치와 살해 사건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3월 12일 새벽에도 웅그완 야시, 마키알리, 웅그완 무디 도카 3개 마을에서 총 10명이 납치됐다. 마이코리는 "웅그완 야시에서는 6명이, 마키알리에서는 2명의 여성과 2명의 총상자가 발생했고, 같은 날 웅그완 물키에서는 복음주의교회 소속 목회자가 살해됐다"고 밝혔다. 이날 하루에만 38명의 기독교인이 납치됐으며, 8명은 탈출했지만 30명은 여전히 억류 중이다.

이어 3월 10일에는 부다(Buda) 마을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61명의 기독교인이 납치됐고, 1월 18일 아가마(Agama) 마을에서는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가던 주민들이 납치됐다. 이들에 대한 생사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웅구와 로고 마을에서는 교회 건물과 기독교인 주택 수십 채가 불에 탔다. 주민 자마니 이샤쿠는 "이 같은 공격은 새해 첫날부터 계속돼 왔다"고 증언했다. 주민 이샤야 온누심은 "무장 풀라니 세력이 교회를 약탈하고 목사관까지 불태웠다"며 "농산물과 재산을 약탈한 후 6채의 주택도 파괴했다"고 전했다. 주민 조나 도도는 "정부가 이런 잇따른 공격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며 깊은 분노를 나타냈다.

영국 의회 산하 국제종교자유소위원회(APPG)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풀라니는 수백 개 씨족으로 구성된 수백만 명 규모의 무슬림 공동체로, 일부는 급진 이슬람주의 이념에 동조해 보코하람(Boko Haram)이나 ISWAP(서아프리카 이슬람국가)의 전략을 모방하며 기독교인을 노리고 있다.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러한 공격이 단순한 종교 박해를 넘어, 사막화로 생활 기반을 잃은 풀라니들이 기독교인 토지를 강제로 점거하고 이슬람화를 추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 오픈도어즈(Open Doors)가 발표한 '2025 세계 감시 목록(World Watch List)'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이 가장 많이 순교하는 국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에서 신앙 때문에 사망한 4,476명의 기독교인 중 3,100명(69%)이 나이지리아에서 목숨을 잃었다.

보고서는 나이지리아의 반기독교 폭력 지수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특히 북중부 지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풀라니 민병대가 농촌 지역을 습격해 다수의 기독교인을 학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부 지역에서는 보코하람과 ISWAP 등 지하디스트 세력이 활개를 치며 납치, 성폭행, 기독교 마을 습격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들어 몸값을 노린 납치도 증가 추세다.

여기에 더해 북서부 지역에서는 라쿠라와(Lakurawa)라는 새로운 지하디스트 무장 단체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알카에다 연계 세력인 자마아 누스라트 알이슬람 왈무슬리민(JNIM)과 연결돼 있으며, 첨단 무기를 갖추고 급진 이슬람 이념을 확산시키고 있다.

오픈도어즈는 나이지리아를 2025년 세계에서 기독교인 박해가 가장 심각한 국가 7위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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