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10:10의 정확한 해석은?

오피니언·칼럼
박진호 목사(멤피스커비우즈한인교회 담임)

[질문]

"주께서 나를 젖과 같이 쏟으셨으며 엉긴 젖처럼 엉기게 하지 아니 하셨나이까"(개정개역)
"주께서 내 아버지에게 힘을 주셔서 나를 낳게 하시고 어머니가 나를 품에 안고 젖을 물리게 하셨습니다"(표준새번역)

앞뒤 문맥상으로는 인간의 창조와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말씀으로 이해되는데 욥기10:10을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개역개정과 표준새번역 간의 의미가 매칭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쉬운 번역 쪽인 표준새번역으로 그냥 이해해야 되는지, 아니면 개역개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박진호 목사

욥기의 해석에서 가장 먼저 전제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는데, 거의 전부가 시가로 이뤄져 있다는 것입니다. 서두의 1:1-3:2와 마지막 결론인 42:7-16과 중간의 문단을 연결하는 부분만 산문(散文 - 평이한 서술문)의 형태일 뿐, 대부분이 운문(韻文 - 시적 표현)이라고 이해 접근 해석해야 합니다. 그런 구절에는 상징과 비유 같은 문학적 기법이 사용되었다는 뜻이며 본문 또한 그러합니다. 영어 성경은 시적 표현임을 알 수 있도록 한두 칸 ‘들여 쓰기’(indentation)로 구분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누차 강조하지만 절대로 한 절만 따로 떼어서 보지 말고 반드시 앞뒤의 문맥에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그 앞의 10:8에서 욥은 주께서 나를 지으셨는데 왜 이제 나를 멸하려 하느냐고, 고통이 너무 심해서, 하나님께 먼저 질문한 후에, 8-12절은 자기를 정성껏 지으셨고 또 지금까지 잘 지켜 보호해주셨는데 왜 그러느냐고 따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10:10은 하나님이 욥 자신을 지으신 모습을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개역개정은 원어를 그 단어와 문장대로 직역한 것이며, 표준새번역은 문맥에 맞추어서 창조를 강조하며 의역을 하되 원어의 시적 표현을 최대한 살리려 한 것입니다. 이 둘이 서로 상충되는 내용이 전혀 아닙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이 욥을 창조한 모습을 드러나게 번역한 표준새번역으로 이해하시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영어 성경으로 보면 사실 그 의미는 아주 간단한데 치즈 제조 과정에 비추어 설명한 것일 뿐입니다. "Did you not pour me out like milk, and curdle me like cheese," 치즈는 우유를 통에 부어서 여러 번 막대로 저어서 엉기게 한 후에 적절한 온도와 습도에서 오랜 기간 숙성하여서 만듭니다. 따라서 10:10의 의미는 "하나님이 나를 그와 같은 정성을 쏟아부으며 만들었지 않느냐, 그래 놓고서 왜 지금은 치즈 같이 미약한 피조물에 불과한 나를 죽이려 드느냐?"라고 따지는 것입니다.

욥은 운율에 맞추어 ‘like’(as)를 두 번 사용해서 자신의 창조 과정이 둘로 나뉘는 양 “우유처럼 쏟아 붓고, 치즈처럼 엉기게” 했다고 표현했습니다. 같은 의미를 반복하는 것은 하나님의 정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입니다. 질문자께서 앞뒤 문맥을 살펴보긴 했으나 조금 두리뭉실하게 접근한 것 같습니다. 욥기 10장의 주제는 욥이 고통이 너무 심해 하나님에게 항변하는 내용입니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앞뒤를 잘 대조해서 읽어 보면, 이런 엄청난 고통을 줄 양이면 처음부터 자기를 짓지 말았어야 한다는 원망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