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축소와 조력자살 법안이 가져오는 폐해는?

잭 로더 CARE 정책 담당자. ©care.org.uk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잭 로더의 기고글인 ‘장애인 복지 삭감과 조력 자살은 최악의 조합(완벽한 폭풍)이 될 것이다’(Disability cuts and assisted suicide would be a perfect storm)를 최근 게재했다.

잭 로더는 사회 정책 자선 단체 CARE의 정책 담당자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2017년 6월, 콜린 캠벨(Colin Campbell)은 스위스의 조력자살 클리닉 디그니타스(Dignitas)에서 삶을 마감할 예정이었다. 콜린은 1995년부터 다발성경화증(MS)과 싸워왔으며, 혼자서 2층 아파트에 살던 그는 점점 이동성이 떨어지면서 자기 집 안에서조차 감금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친구들과의 연락도 점점 끊기고 건강 문제도 악화되자, 그는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건 로나(Rona)와의 만남이었다. 로나 역시 MS를 앓고 있었고, 콜린이 단순히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로나는 그가 더 나은 주거 환경과 이동을 위한 스쿠터를 포함해, 독립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을 받게끔 적극적으로 도왔다.

이러한 삶의 변화, 그리고 새롭게 생긴 사회적 관계 덕분에 콜린은 디그니타스에서 예정된 죽음을 취소하기로 했다. 로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죽고 싶었던 게 아니었어요. 그저 도움이 필요했던 거죠.”

콜린의 이야기는 장애인들이 매일 마주하는 어려움, 그로 인해 겪는 절망감, 그리고 그 고통이 적절한 서비스, 장비, 그리고 사회적 연결을 통해 어떻게 완화될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상기시켜준다.

영국 정부가 개인 자립 지원금(PIP)과 유니버설 크레딧(UC)을 삭감하기로 한 결정은 장애인들과 그들을 대변하는 단체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이 결정은 조력자살 법안을 12일 전 통과시킨 하원의 투표 이후 나온 것으로, 영국 전역의 장애인 단체들은 이 법안에 강력히 반대해 왔다. 이러한 연이은 결정들은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사람들에게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물론 복지 시스템 개혁에 대한 논의는 존재하지만, 장애인 단체들은 “복지 축소 + 조력자살 허용”이라는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많은 장애인들은 일상적인 지원조차 치열하게 싸워가며 겨우 얻어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력자살이 합법화되면, 필요한 지원과 연대 없이 지친 이들이 죽음을 선택하게 될 수도 있다. 이는 정의로운 사회를 바라는 이들에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고다.

PIP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장애인이 살아가면서 겪는 추가 비용, 예컨대 보조기기나 더 높은 전기료—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기금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면, 수많은 장애인들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자원을 상실하게 된다.

현재 상정된 조력자살 법안은 ‘육체적 고통’을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는 조건조차 포함하고 있지 않다. 더구나 정신 건강 문제나 외로움, 혹은 자신이 부담이 된다고 느끼는 이들이 조력자살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개정안은 하원에서 부결되었다. 그 결과, 외롭고, 지원받지 못하고, 자신이 짐이라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조력자살을 신청하고 승인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감정은 PIP 혜택 상실이 직접적으로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근이영양증 환자 단체인 ‘패스파인더 신경근육 연합(Pathfinders Neuromuscular Alliance)’은 회원들의 보건·사회복지 서비스 이용 경험을 공유했다. 한 회원은 담당 의사로부터 “당신이 NHS(국가보건서비스)에 얼마만큼의 비용을 들이는지 아십니까?”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듣기 불편한 사실이지만, 조력자살이 허용된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장애인에게 간접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장애인 커뮤니티는 복지 삭감과 조력자살 합법화라는 이중 위협 앞에 분명히 노출되어 있다. 캐나다 장애인 크리스틴 고티에(Christine Gauthier)의 사례는 이런 법안이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2022년, 캐나다의 패럴림픽 출전자이자 퇴역군인인 고티에는 집에 휠체어 리프트 설치를 기다리던 중, 의료적 조력자살(MAID)을 제안받았다. 그녀는 이렇게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절박하시면, MAID를 받으시죠.” 장애인을 향한 사회적 낙인, 예컨대 ‘국가에 부담이 되는 존재’라는 인식은 조력자살이 합법화되었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부정의는 더 깊어진다.

앞으로 신규 신청자들이 장애 보조기기를 구하기 어려워질 것을 고려하면, 영국에서도 크리스틴 고티에와 같은 사례가 나타나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몇 주간 이뤄진 결정들은 사회적 참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기회가 있다. 국회의원들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 시편 82편 3절의 말씀처럼 “가장 연약한 이들의 권리를 지키는” 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우리는 그들이 생명을 지키는 쪽에 투표하길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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