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성령이해가 선교에 미칠 수 있는 영향(4)

오피니언·칼럼
기고
구원관의 혼선 및 복음 전도의 약화 가능성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전통적인 신학에 의하면 구원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듣고 받아들임으로써 이루어진다. 구원을 위한 길은 오직 그리스도 한 분으로 제한되었다. 성령에 관한 이해는 주로 성자의 사역 즉 구원사역과 연관하여 설명되어졌다. 즉 성령은 그리스도께서 이루어놓으신 구원의 사역을 구체적으로 이루어 가시는 분으로 이해되어지면서, 성령은 인간을 그리스도와 연합시키는 분으로서 성령의 사역을 통하여 인간은 중생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점에서 전통적인 성령 이해는 주로 성자와 구속 사역이라고 하는 렌즈를 통하여서 성령의 존재와 사역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러한 전통과 달리 에큐메니칼 성령 이해는 성자 중심의 이해에서 벗어나 성부 중심의 이해로 변환된 경향을 보인다. 즉 성자를 중심으로 보는 구원 지향적인 성령 이해가 아니라, 성부를 중심으로 하는 창조 중심의 성령 이해를 보인다. 이러한 이해에 의하면 성령은 성부께서 이 세계를 아름답게 창조하실 때에 이러한 창조의 사역에 동참하셨고 지금까지 이 세계를 지탱하는 사역을 해 오시고 있다. 이 지탱의 사역 속에서 성령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 속에서만 역사하신 것이 아니라 불신자들과 타종교인들 가운데서도 역사해 오셨다.

즉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바라보는 성령은 ‘기독교의 범주를 넘어서서 역사하시는 영’이신 것이다. 이러한 이해에 의하면 성령은 그리스도의 복음이 들어가기 전부터 모든 곳에 선재하시므로, 우리의 이해를 초월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활동하시면서 타종교들 속에서도 성령의 열매들과 계시들을 이루어 오신 것이며, 따라서 다른 종교에도 교회가 알지 못하는 진리가 이미 주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이해는 이론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일견 타당성이 있는 이해로 보이지만, 이것이 강조될 경우 자칫 구원 이해에 대한 혼란이나 복음 전도의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타종교 혹은 불신자들에게도 역사하시는 성령에 대하여 말할 경우 구원의 길에 대한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믿음으로써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해되어져 왔는데, 예수를 전하는 길 외에 성령께서 직접 역사하신다는 것이 강조된다면, 즉 구원 사역 중심의 성령 이해에서 창조 사역 중심의 성령 이해로의 변환이 강조될 경우, 사람들은 과연 우리가 전하는 구원만이 유일한 구원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면서 구원관에 있어서 상당한 혼란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성령께서 타종교와 불신자들에게도 역사하신다는 것을 강조할 경우 교회는 굳이 힘들여가며 복음을 전해야 할 전의를 많이 상실하게 될 것이다. 성령께서 타종교와 불신자들을 향해서도 포괄적인 의미의 구원인 샬롬을 위하여 사역하셨다면, 타종교인들과 불신자들을 구원의 가능성으로부터 배제할 수 없으며, 그 경우 구원의 소식이 교회에만 독점적으로 주어졌다고 보는 것은 오만한 편견이 되어진다.

이렇게 될 경우 기독교 신학은 자연스럽게 종교다원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커지며, 이럴 경우 교회가 나서서 마치 교회만이 유일하게 구원을 소유한 것처럼 죽을 힘을 다해서 복음을 전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히 복음 전도의 약화로 이어지고, 복음 전도의 약화는 곧 교회의 약화로 이어지면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히 있는 것이다.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현대선교신학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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