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서 14세 기독교 소녀 납치돼… 경찰 미온 대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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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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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바 아드난의 모습. ©Christian Daily International-Morning Star News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펀자브주 베하리 지역에서 14세 기독교 소녀 가 무슬림 남성에게 납치되어 강제 개종과 결혼을 당했으나, 현지 경찰은 이에 대한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지 인권운동가 알버트 파트라스에 따르면, 피해자 엘리시바 아드난은 기혼자인 무슬림 남성 바바르 무크타르에게 납치됐다고 밝혔다. 피해 소녀의 아버지는 환경미화원으로, 딸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직후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지만, 사건 접수를 위한 첫 단계인 '초기정보보고서(FIR)'조차 경찰은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파트라스는 "경찰은 엘리시바가 자발적으로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무크타르와 결혼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근거가 되는 문서를 요청했을 때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인권단체와 함께 고위 경찰을 직접 만나 FIR 등록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파트라스는 경찰의 무대응과 FIR 등록 지연으로 인해, 무슬림 남성이 아드난을 개종시키고 허위 결혼 서류를 조작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고 지적했다.

아드난의 아버지는 무크타르가 자신의 형과 알고 지내던 인물로, 자주 가족의 집을 방문했던 사이였다고 밝혔다. 그는 "딸이 유혹당했든 협박을 받았든 간에, 그녀는 미성년자이며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나이였다. 이는 분명한 유괴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엘리시바는 여섯 자녀 중 첫째로, 쌍둥이 동생을 돌보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학교를 쉬고 있던 중이었다.

그는 이어 "딸이 사라진 이후 우리 가족의 삶은 산산조각 났다. 딸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경찰이 초기에 적극 대응했다면 무크타르의 불법적인 감금 상태에서 구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파트라스는 무크타르에 대해 납치, 강간, 아동 결혼, 강제 결혼, 아동 성착취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파키스탄 헌법 20조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특히 미성년자에게 강제로 개종을 강요하는 것은 심각한 기본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는 소수 종교 여성과 아동을 성적 착취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강제 개종을 범죄로 규정하는 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FIR 등록이 늦어질수록 가해자들이 범죄를 저지를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되며, 이런 상황은 소수자 공동체 내 불안과 공포를 확산시키고, 동시에 국가의 법률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붕괴시킨다고 경고했다.

CDI는 파키스탄에서 소녀들이 납치되어 이슬람으로 강제 개종되고, 종종 '이슬람식 결혼'이라는 이름 아래 성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이들 소녀가 법정에서 납치범을 옹호하는 허위 진술을 강요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심지어 일부 판사들은 피해 아동의 나이를 증명하는 공식 문서를 무시하고, 소녀를 가해자에게 '법적 아내'로 인도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파키스탄 대통령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는 지난 5월 29일, 이슬라마바드 수도권에서 아동결혼을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은 남녀 모두의 결혼 가능 연령을 18세로 상향했으며, 이는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와 최고 이슬람기구인 이슬람이데올로기위원회(CII)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과됐다. CII는 18세 미만의 결혼을 강간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슬람 율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한편, 펀자브주 의회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4월 25일 이후 표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현행법상 해당 지역의 여성 결혼 최저 연령은 여전히 16세로 유지되고 있다. 또한, 2024년 개정된 '기독교 결혼법'은 기독교인만 결혼 연령을 18세로 규정하고 있으나, 개종해 무슬림이 될 경우 이슬람 율법이 적용되어 더 어린 나이에도 결혼이 허용된다.

인구의 96% 이상이 무슬림인 파키스탄은 국제 오픈도어선교회가 발표한 '2025 세계 기독교 박해국가 순위'에서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이 살기 가장 어려운 나라 8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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