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양극화 원인과 한국교회의 역할(1)

오피니언·칼럼
칼럼
황경철 박사(CCC / 국제복음과공공신학연구소장)

1. 서론

황경철 박사.

오늘날 한국 사회를 총칭하는 키워드는 단연 ‘양극화’라고 볼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 이면에는 소득 격차와 계층 간의 단절이라는 양극화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러한 사회적 양극화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하며 공동체의 연대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양극화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한국교회가 공공신학적 관점에서 어떻게 책임 있게 응답할 수 있는지를 고찰하고자 한다.

오늘날 빈부격차는 단순한 소득 불평등을 넘어 부의 세습으로 이어져 사회 계층 간의 이동을 정체시켰다. 2009년 본인 세대와 자식 세대의 계층이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본인 세대는 37.6%, 자식 세대는 48.3%가 가능할 것이라고 응답했지만, 2024년에는 본인 세대 26.4%, 자식 세대 29.1%로 감소하였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후 탄핵 정국 기간에 국민은 탄핵 찬반 집회로 나뉘어져 정치적 대립각을 세웠다. 이것은 정치적인 관점의 이견에 그치지 않고, 상대 진영에 대한 비난과 적대, 일부 극렬 세력에 의한 서부지법 폭동과 같은 물리적 폭력 사태는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았다.

민주 시민사회는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사회이다. 따라서 갈등과 양극화 현상은 민주주의의 건강한 표출이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갈등 자체는 순기능도 없지 않은데, 사회 속에 잠재된 문제를 드러내어 공론화하는 한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 경청과 관용의 능력을 함양하여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가상준은 2016년 탄핵 상황 속에서도 갈등이 민주주의에 기여했으며,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2017년도에 긍정적 평가는 최고점이었다고 통계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후 이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으로 전환되어 매년 최저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는 갈등의 정도가 깊어졌음에도 정부의 갈등 해결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국민이 체감하는 갈등의 범위와 정도가 더욱 심각해졌음을 방증한다.

구체적인 갈등의 영역과 양상은 무엇인가? 2024년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행정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한국 사회 갈등은 가장 높은 것부터(중복 응답) 보수와 진보(77.5%), 빈곤층과 부유층(74.8%), 근로자와 고용주(66.4%), 지역개발과 환경보존(66.4%), 수도권과 지방(58.6%), 노인층과 젊은층(58.3%), 종교 간(51.8%), 남자와 여자(51.7%)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점에 한국 사회 양극화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안과 교회의 역할을 연구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할 뿐 아니라 교회가 세상의 빛으로 기능하도록 돕는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교회가 화해와 중재의 자리에 서기보다 갈등과 분열의 자리에 서 있다는 교회 안팎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교회의 역할을 모색함으로써 실천적 유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논의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한국 사회 양극화의 원인을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측면에서 다각도로 분석을 시도할 것이다. 특별히 본 논문은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극우화가 오늘날 다양한 나라에서 폭넓게 관측되는 것에 주목하여, 한국뿐 아니라 북미,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 갈등의 원인을 추출하고자 한다. 또한,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이라는 독특한 역사적 경험이 한국 사회에 어떻게 갈등의 요소로 작용했는지 고찰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교회의 역할과 대안을 샬롬 사회와 공공신학적 차원에서 모색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는 교회의 존재론적 사명(엡 1:23)에 입각하여 갈라진 한국 사회를 봉합하고 화해의 중재자로서 교회의 역할을 제시하며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2. 양극화의 전 세계적 양상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의 문제는 비단 한국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마간산 격으로나마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는 양극화, 극우화 현상을 살핌으로써 거시적 차원에서 양극화의 배경과 원인을 규명하고자 한다. 그 시각에서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전망함으로써 보다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파리경제대학 경제학 교수인 토마스 피케티는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에서 세계 20여 개국의 300년에 걸친 경제 흐름을 추적하였다. 피케티는 그 시간 동안 이루어진 자본의 축적과 분배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자본주의가 초래한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을 지적하였다. 비록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부의 재분배’와 ‘글로벌 차원의 자본세 부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경제적 불평등이 초래한 전 지구적 양극화 현상에 대한 설명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1970년대 이후 미국의 상위 1%가 전체 부의 40% 이상을 소유하였고, 중산층의 몰락이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겨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였다고 피케티는 분석한다. 가령, Rust Belt(녹슨 벨트) 지역의 제조업 쇠퇴와 도시 슬럼화는 빈부 간, 노동자와 고용주 간의 갈등을 심화시켰다. 앤 애플바움은 『꺼져가는 민주주의, 유혹하는 권위주의』에서 폴란드에 왜 반민주주의와 엘리트 권위주의가 급격하게 창궐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그 이유인즉 힘겨운 경제, 혼란스럽고 무력해 보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 카리스마 있는 정치인에 대한 그리움, 국민의 허기를 채우는 포퓰리즘이 어우러져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폴란드나 헝가리, 혹은 베네수엘라나 그리스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문제다.

독일에서는 극우 정당인 ‘대안 정당’(AfD)이 급속히 성장하여 2025년 연방 선거에서 20.8%의 득표율로 제2당이 되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극우 정당의 최고 성과이다. 특히 동독 지역에서의 지지세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경제적 불만과 이민 문제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2024년 튀링겐주 선거에서는 AfD가 주의회에서 최초로 다수당이 되었으며, 이는 극우의 상징인 나치 시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탈리아는 2022년 총선에서 극우 정당 ‘이탈리아 형제들’(Fratelli d’Italia)이 승리하여 조르자 멜로니가 총리로 취임했다. 이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정부를 이끄는 사례이다. 멜로니 정부는 이민을 제한하고,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정책을 추진하며 유럽 내 극우 정당들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세력이 크게 확대되었다. 특히 젊은 층의 지지율 상승이 두드러지며, 이민과 환경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남미의 경우 브라질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극우 포퓰리즘과 노동당(PT) 지지층 간의 치열한 대립이 국가적 갈등으로 증폭되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정부의 불평등한 보건복지 제공과 빈민층의 대규모 사망이 사회적 갈등을 촉발하였다. 칠레 역시 2019년 지하철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도화선이 되어 교육·의료·연금 등 사회 불평등에 대한 대규모 저항으로 번졌으나,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소득분배를 들여다보면 상위 1%가 국가 부의 26.5%를 소유하고 있으며, 하위 50%는 전체 소득의 2.1%만을 차지하여 심각한 수준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적, 경제적 양극화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1994년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유색인종에 대한 분리와 차별 정책)는 공식적으로 종식되었지만, 이후에도 백인 상류층과 흑인 빈곤층의 경제적 격차는 극심하다. Wilkinson은 남아공의 지니계수(0.63)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빈곤층의 폭력 범죄, 사회 불안정, 이민자 혐오 폭동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21년에는 전직 대통령 구속과 관련한 폭동이 전국 단위로 확산하면서 양극화가 정치적 폭력으로 분출되었다.

국가갈등지수 OECD 글로벌 비교 1-1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제시한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OECD 30개국 중에서 한국의 갈등 지수는 55.1점으로 3번째로 높은 국가로 나타났다. 세부 분야별로 보면, 사회 분야 갈등 지수가 2위, 경제 분야는 3위, 정치 분야는 4위로 세 분야 모두 갈등 지수가 매우 높았다. 반면에 한국의 갈등관리 지수는 30개국 중 27번째(46점)로 매우 낮아, 갈등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갈등지수 OECD 글로벌 비교 1-2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갈등의 원인은 무엇일까? 나라마다 지역적인 차이는 있겠으나, 세계 질서와 시대적 흐름 속에서 보편적으로 작동하는 갈등의 원인을 분석한 후, 한국 사회가 가지는 갈등의 독특한 원인을 역사적 맥락에서 규명하고자 한다. (계속)

#황경철 #황경철박사 #ccc #국제복음과공공신학연구소 #기독일보 #양극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