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점령지 내 복음주의 기독교인 대상 반인권적 탄압 보고

베르단스크의 유라시아 미션 무벽학교(SWW) 코디네이터 알렉세이 유디첸코(오른쪽)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는 모습. ©Mission Eurasia screenshot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러시아가 불법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복음주의 기독교인을 포함한 종교인들에게 자행된 심각한 인권 침해 사례가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고 1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소재 선교단체 미션 유라시아(Mission Eurasia)가 2024년 2월 발표한 보고서 <러시아 테러하의 신앙: 우크라이나 종교 상황 분석>(Faith Under Russian Terror: Analysis of the Religious Situation in Ukraine)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2024년까지 최소 47명의 우크라이나 기독교 종파 지도자들이 러시아의 무력 공격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종교 지도자들의 사망 원인으로 러시아 군에 의한 고문, 비인도적 환경에서의 구금, 민간인을 겨냥한 총격, 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 등을 동원한 민간 인프라 공격, 드론 폭격 등을 지적했다. 또한, 구금 중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로 인한 사망은 여전히 전쟁 중인 상황과 점령지 접근의 어려움으로 인해 집계가 완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번 분석은 2023년 8월부터 2024년 12월 사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다양한 기독교 종파에 속한 증인 70명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특히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러시아 점령군에 의해 감시, 협박, 낙인, 폭력 등 심각한 박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크렘린의 ‘탈악마화(Desatanization)’ 선전 캠페인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으며, “사이비 종파”, “서방의 대리인”, “극단주의자” 등의 딱지가 붙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종교 탄압이 구소련 시절과 유사한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점령 당국은 다양한 교단의 신자들을 하나의 국영 교회로 통합시키고 있으며, 러시아에 충성하는 지도자만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예배 중인 교회를 급습하고 신원 조사(‘필터링’)를 통해 점령에 반대하거나 러시아 시민권을 거부하는 이들을 식별 및 협박하는 행위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침공 배경과 관련해 보고서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이후 2022년 2월 23일 전면 침공이 이뤄졌으며, 이는 유엔이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 침해로 규정한 사건이라고 서술했다. 보고서는 침공 이전 우크라이나 내 교파 간에는 협력과 연대의 분위기가 있었으나, 러시아 정교회 모스크바 총대주교 키릴은 전쟁을 ‘성전’으로 규정하며 이를 지지했고, 일부 이슬람 및 개신교 종교 지도자들도 유사한 입장을 취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번 침공의 근간에 러시아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인 ‘러시아 세계(Russian World)’가 있으며, 이 사상은 우크라이나의 국가 주권을 부정하고 러시아 민족·문화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우월주의적 교리’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발생한 전쟁범죄에는 민간인 살해, 고문, 강간, 어린이 납치, 종교 지도자 살해 등이 포함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통해 병원, 학교, 에너지 시설, 예배당 등 민간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공격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최소 650곳의 종교 시설이 파괴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러시아 점령군은 남부 우크라이나 지역의 모든 기독교 교단을 대상으로 협력을 강요하거나, 거부 시 제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2022년 말부터는 교회 봉사, 구호활동 등 대부분의 종교 활동이 금지됐고, 새로 설립된 교회나 자원봉사 활동을 벌이는 교회는 러시아 당국에 등록해야만 했다. 그 결과, 자치적 신앙 공동체는 2023년 중반까지 점령된 자포리자와 헤르손 지역에서 전면 폐쇄됐으며, 러시아 정교회에 강제로 통합된 일부 교회만이 남았다.

요약본은 점령군이 종교재산을 압수 및 전용하는 사례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교회 건물과 부속 재산, 심지어 사설 기도처까지도 ‘소유주 불명’으로 간주되어 약탈, 파괴 또는 점령정권 용도로 전용됐다”고 기술했다.

또한, 러시아 점령지에 남은 기독교인들은 체계적인 종교의 자유 침해와 민권 박탈을 경험하고 있으며, 러시아 여권 취득을 강요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러시아 법에 따라 재등록하지 않으면 법적 지위와 재산권을 모두 상실할 위험에 처해 있다.

보고서는 수백 개의 우크라이나 교회 및 신앙 공동체가 완전 제거의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러시아 점령 지역 어린이들이 반(反)우크라이나 정서와 무장 교육을 주입받고 있어 “향후 또 다른 무력 침공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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