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철강·알루미늄 관세 전격 인상… 한국 수출 '직격탄'

25%서 50%로 두 배 인상… 쿼터제 무산된 한국, 고율관세 현실화로 대미 수출 차질 우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발표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50% 고율관세 조치가 4일 0시1분(현지 시각)부터 공식적으로 발효됐다. 한국 시간으로는 이날 오후 1시1분부터 적용됐다.

이번 조치는 관세 인상 발표 이후 선적되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즉시 적용되며, 일단 부과된 관세는 어떤 경우에도 환불되지 않는다. 다만, 미국과 '1호 무역합의'를 맺은 영국의 경우 예외적으로 25% 관세율이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관세를 무역 전쟁에서의 핵심 전략 카드로 활용해 왔다. 특히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정치적 구호 아래 관세 부과 대상을 한층 확대하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그 대표적 품목이다.

실제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은 이미 지난 3월 12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존의 25% 관세율을 갑작스럽게 50%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일정한 수출 물량에 대해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아 왔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타결된 한미 간 무역 합의의 결과였다. 하지만 지난 3월 25% 관세가 부과되면서 사실상 무관세 혜택은 사라졌고, 이번 50% 고율관세 시행으로 인해 한국 철강업계는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의 배경에 대해 “기존 관세 제도에는 허점(loophole)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내부에서는 US스틸 매각과 관련한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결정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특히 미국 철강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던 US스틸의 일본 매각 문제를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 측은 US스틸 인수를 추진하며 2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를 계기로 일본의 협상력과 협조적 자세를 부각시키면서, 다른 국가들에도 유사한 입장을 유도하려는 의도를 가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50% 고율관세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철강업체들, 예를 들어 US스틸, 뉴코어, 스틸다이나믹스 등에게는 수익 증가라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산업 생태계를 보면, 철강을 중간재로 사용하는 미국 제조업체들의 생산비가 오르고, 그 여파가 소비자 가계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 경제에도 이번 관세 인상은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철강은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 품목 가운데 하나로, 대미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 국내 철강업계는 물론 관련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율관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상실은 중소 제조업체들의 생존에도 적신호를 켤 수 있다.

무역 불균형 해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분에도 불구하고, 실제 효과와 파급력에 대해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조차 관세 인상이 자국 산업 전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제 무역질서의 불확실성은 한층 더 커진 모습이다.

트럼프 정부의 다음 행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들의 대응 전략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고율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은 수출 다변화 및 산업 경쟁력 재정비 등 중장기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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