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호선 차량 내부에 불을 지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60대 남성이 지난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피의자는 자신이 저지른 방화 행위가 이혼 소송 결과를 공론화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이영광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를 받고 있는 원모(60대)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했다. 원 씨는 심문 시작 약 25분 전인 오전 10시 6분쯤 서울남부지법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색 모자에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이혼 소송 결과를 공론화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느냐”는 질문에 짧게 “네”라고 답했다.
하지만 “불을 지르기 위해 미리 준비한 것인가”, “대형 인명사고가 날 뻔했는데 할 말은 없느냐”, “휘발유는 어떻게 구했는가”, “피해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가” 등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 없이 법정 안으로 향했다.
심문을 마친 원 씨는 약 15분 뒤 다시 법원 밖으로 나왔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네"라고 대답했고,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짧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당시 피해자인 척 했던 것은 피의사실을 모면하기 위한 의도였느냐는 질문에는 "아니요"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혼 소송 결과에 불만이 있어 이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느냐는 질문에는 다시 한 번 “네”라고 답했다.
이날 법원 현장에는 원 씨의 친형이라고 밝힌 남성도 함께 나타났다. 그는 취재진에 “동생은 택시기사로 일했다”며 과거 동생의 개인사를 언급했다. 형에 따르면 원 씨는 약 4년 전 “아침에 고등어구이를 먹고 싶다”고 아내에게 말했지만 거절당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결국 이혼 소송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2주 전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이 있었고, 동생이 유책 배우자로 판결받았다”며, “동생이 기자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려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형은 사건 당일 원 씨가 연락이 되지 않아 이상하게 여겼다고 했다. “평소 하루에 다섯 번씩 통화하던 사이였는데 그날은 연락이 안 돼서 걱정했다”며, “오전 8시 30분쯤 전화가 와서 큰일을 저질렀다고 말하길래 급히 올라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오전, 원 씨는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 터널을 주행 중이던 열차 내부에서 인화성 액체를 뿌린 뒤, 옷가지에 불을 붙여 방화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열차에는 약 400명이 탑승해 있었고, 차량 내부로 연기가 급속히 퍼지자 승객들은 출입문을 열고 선로를 따라 급히 대피했다.
불은 약 20분 만에 열차 내 비치된 소화기로 진화됐으나,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원 씨는 아내와의 이혼 소송에서 패소한 데 대한 분노와 억울함을 범행의 동기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씨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중 결정될 예정이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경위와 사전 계획 여부, 인화물질 입수 경로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